박근혜 대통령은 19일 세월호 참사 관련 대국민 담화에서 "해경을 해체하기로 했다"며 "수사·정보 기능은 경찰청으로 넘기고, 해양 구조·구난과 해양경비 분야는 국가안전처로 넘길 것"이라고 밝혔다.
해경은 예상치 못한 발표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한 해경 관계자는 "해체까지는 예상하지 못했는데 충격적"이라며 "세월호 참사 책임을 통감하고 새롭게 탈바꿈하려 했지만 기회조차 없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해경 관계자는 "일부 간부들 사이에서는 해체 수순에 대한 논의가 있는 것 같다"며 "직장을 잃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크다"고 내부 분위기를 내비쳤다.
해경의 한 고위 관계자는 "그동안 해경 해체설에 대해 여론이 다양했다"면서도 "대통령이 직접 발표한 만큼 엄숙히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해수부도 VTS센터 이관을 제외한 조직 재편을 두고 당혹감을 표출했다.
이번 담화 발표 내용에 대해 해수부 고위 관계자는 "해수부와는 전혀 협의 없이 청와대가 주도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정부조직법을 개정한다고 발표했으니 후속 조치 협의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해수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해양산업 육성과 수산업 보호·진흥 전념'만을 언급한 것을 보면 VTS 관제를 제외한 해양안전 분야의 다른 기능도 국가안전처로 옮겨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해수부 기능 재편에 대해 이 관계자는 "국가안전처는 현장 중심으로 대응한다는 구상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모든 것을 다 가지고 갈 수는 없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일부에서는 해수부의 해사안전 업무와 해경의 수색·구조 업무를 합쳐 별도의 조직을 신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한 해수부 관계자는 "청와대의 큰 그림이 뭔지 모르지만, 여객선 안전 관리·감독 기능 등이 국가안전처로 넘어갈 가능성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전행정부는 사실상 '공중분해'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안행부의 핵심 기능인 안전기능은 국가안전처로, 정부조직업무와 공무원 인사 기능은 총리실의 행정혁신처로 이전된다. 전자정부 기능도 함께 옮겨간다.
현재 안행부의 6개실 가운데 존속이 확실한 것은 기획조정실, 지방행정실, 지방재정세제실 등 3곳뿐이다. 이를두고 일부에서는 역할이 대폭 축소된 안행부가 처로 격하될 가능성을 내비쳤다.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담화문이 발표된 직후 강병규 안행부 장관은 긴급 간부회의를 소집해 대통령 담화의 후속조치 등을 논의했다.
안행부 고위 관계자는 "간부회의에서 대통령 담화 내용이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후속 조치를 제대로 추진하라는 강 장관의 지시가 있었다"며 말을 아꼈다.
또 다른 안행부 관계자는"설마했는데 사실상 해체될 줄은 몰랐다"며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옛 내무부 시절로 돌아간 것 아니겠냐"고 침울한 분위기를 전했다.
안행부 한 행정사무관은 "정부 조직이다 보니, 정해진 방침대로 따라야 하겠지만, 그에 따른 동요가 크다. 분위기를 뭐라고 정리해서 말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당장이야 일선 직원들은 외형적으로 (세월호 참사)수습 등 일하는 것에 매진할 뿐이다. 하지만 각 개인들은 불안한 표정을 내비치기도 한다."
내부적으로 '패닉'이라고 언급한 다른 안행부 관계자는 "심각한 질타가 있을 것이란 예상은 있었지만, 이번 담화는 전혀 예측하기 힘든 정도다. 안전과 행정이란 크게 두 가지 국가의 업무를 관장하던 부처에서 한 분야를 뗀 것이다. 안행부는 향후 지자체 교부금만 관리하는 그야말로 총무 업무만 다루는 것에 그칠 것"이라고 했다.
한편, 해경은 올해 특별공채 채용과 관련, 해경 지망생들이 혼란에 빠졌다.
내일로 예정돼 있던 실기시험을 앞둔 수험생들은 해양경찰학교 교육원이 위치한 전남 여수까지 출발해야 하는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내달 2~3일에는 500여 명의 응시자를 대상으로 적성 및 체력검사를 실시할 예정이었다.
앞서 해경은 올 상반기 경찰관 316명과 화공 선박기관 일반환경 관련직 20명 등 336명을 채용할 계획이었다. 지난 2월 원서접수에는 해경 채용에 2686명, 일반직 449명이 지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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