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도희야’(감독 정주리·제작 파인하우스필름 나우필름)의 배두나를 인터뷰했다. 배두나에게 한국과 미국, 일본 영화 제작 시스템의 차이에 대해 물었다.
“미국 영화는 한 감독님하고만 작업해서 전체적인 시스템이 어떤지는 모르겠어요. 원래 그런 건지, 워쇼스키 남매가 그런 스타일인지요(웃음). 한국영화는 즉흥적인데서 오는 파워가 특징인 것 같아요. 스태프들 모두가 ‘불가능은 없다’고 생각하는 지점 같은 게 있죠. 안되는건 되게 한다는 기분 같은 거요. 거기서 오는 힘이 있다고 생각해요. 미국은 물질적으로 풍요롭고 일하는 시스템이 좋죠. 촬영 현장이나 연출부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몇 십 명씩 나뉘어 역할을 분담하니까요. 마치 촬영 현장이 작은 회사에서 일하는 느낌이에요. 우리나라는 패밀리십이 강하고 일본은 딱 그 중간이죠.”
워낙 영화에서 큰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배두나라 드라마보다 영화를 선호할 것이라 생각하는 관계자들이 많다. 배두나는 “진심으로 드라마도 하고 싶다. TV 작품도 무척 좋아한다. 매주 나온다는 이점이 있고 바로바로 모니터링을 통해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라고 말했다.
배두나가 드라마에 대한 갈증을 느끼는 이유는 간단했다. 순발력을 필요로 하는 TV판에서 연기력을 드러내는 선배들한테 많이 배우고 싶어서다. 드라마 시스템에 익숙해져 있는 것도 한 이유다.
배두나는 “‘괴물’과 ‘공기인형’에 이어 세 번째로 칸에 출품이 됐다”며 “몸이 가는 건 두 번째”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가보니까 정말 좋더라. 멋진 카페와 거리. 그런 환상은 없었지만 세계적인 영화제라는 느낌이 강했다”면서 “사진기자부터 모든 분들이 턱시도를 입고 취재를 하는데 존중받는 느낌이었다. 환상적이었다”고 회상했다.
‘도희야’는 외딴 바닷가 마을, 14살 소녀 도희(김새론)에 대한 이야기다. 어릴적 친엄마가 도망가고, 의붓아버지 용하(송새벽)와 할머니로부터 학대를 당하던 도희 앞에 사생활 문제로 좌천된 파출소장 영남(배두나)이 나타난다.
마을 아이들의 괴롭힘에서 도희를 구해준 영남은 어느 날 용하에게 맞고 있는 도희를 보고 경악한다. 긴 폭력의 시간에 노출됐던 도희는 “술 안 마시면 안 때려요”라고 자위한다. 영남은 “그냥 맞으면 안된다. 분명하게 때리지 말라고 얘기해야한다”고 조언한다.
자신의 행위에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던 용하는 학대를 저지하는 영남을 못마땅해 한다. 결국 영남은 도희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와 방학동안 지내기로 결정한다.
배두나는 시나리오를 보자마자 출연을 결정했다고 기억을 떠올렸다.
배두나가 맡은 파출소장 영남은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캐릭터다. 도희를 만나고 그녀가 일상에 들어오기 전까지 관객에게 힌트만 주는 인물이다. “저는 나름대로 도희가 영화에서 결심하고 선택하는 부분이 중요 포인트라고 생각했다”는 배두나는 “저는 도희 옆에서 뿌리를 박고 서 있는 나무와도 같은 역할이라 생각했다. 영남은 처음에 불안한 캐릭터다. 갈등이 안에서 소용돌이 치지만 그것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 캐릭터라고 분석해 최대한 억누르려고 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배두나의 차기작으로 가능성이 높은 것은 외국 작품이다. 배두나는 “요즘에는 시나리오가 좋으면 캐릭터도 안 따지고 도전해보는 것 같다. 이번에 ‘도희야’가 그랬는데 완성품을 보고 잘 선택했다고 생각했다. 다음 작품도 그러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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