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규하 기자 =원사업자와 수급사업자간 기업규모가 나날이 현저한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경기 불황 국면에 구두발주 등 불공정 하도급행위를 통한 원사업자 배불리기가 심화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13년 9월부터 제조·용역·건설업종 10만개 사업자를 대상으로 하도급거래 실태를 조사한 결과 대금 결제 조건은 개선 추세이나 구두발주·부당 발주취소에 대한 불공정하도급행위는 지속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20일 밝혔다.
원·수급사업자 현황을 보면 기업규모 면에서 열악한 중소규모 사업자 비중이 증가하면서 현저한 차이를 보였다.
대부분의 원사업자는 2011년도 매출액 및 자산총액이 1000억원 이상(각각 44.3%·36.2%)인 회사가 많았다. 상시 종업원도 100명을 초과하는 등 69.0%에 달했다.
반면 수급사업자 대부분은 2011년 매출액과 자산총액이 200억원 미만(각각 70.0%·75.7%)으로 상시 종업원 50명 이하(69.1%)에 불과했다.
원사업자는 한 업체당 평균 약 52여 개 수급사업자와 거래를 하고 있다. 거래 수급사업자 수가 50개 이하인 원사업자만 74.2% 규모다.
이들은 주로 경쟁입찰(건설업종), 수의계약(제조·용역업종) 형태로 계약체결을 하고 있다. 원·수급사업자 간 하도급 거래실태를 보면 서면 미발급(구두 발주)이 가장 많은 지적을 받고 있다.
그 다음으로는 부당 발주취소, 원재료 가격변동에 따른 대금조정 협의의무 불이행 등이 많았다. 하도급 대금 지급인 현금 결제비율(47.6%)은 2010년 하반기와 비교하면 개선 추세이나 현금성 결제 비율의 경우는 어음 결제가 많았던 탓에 낮아진 추세다.
법정 대금 지급기일도 비교적 잘 지키는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생산성 향상·원가 절감·구매물량 증가 등의 이유를 들어 일방적인 단가 인하(4.3%)·일정금액 할당 후 인하(3.9%)도 여전했다.
또 수급사업자들 중 2.5%는 거래단절 등 원사업자 보복이 우려돼 원재료 가격 상승폭에 따른 하도급 대금 인상을 요청하지 못하고 있었다. 특히 수급사업자에게 기술자료를 요구한 원사업자 비율은 2.6%, 기술자료를 제공했다고 답변한 수급사업자 비율은 1.5%로 기록됐다.
하도급 공정 거래 인프라 조성 실태에서는 원사업자의 92.0%가 표준 하도급 계약서를 일부 사용한다는 응답이 많았다.
‘바람직한 계약체결 가이드라인’, ‘협력업체 선정·운용 가이드라인’, ‘하도급 거래 내부 심의 위원회 설치·운용 가이드라인’, ‘바람직한 서면발급 및 보존에 관한 가이드라인’ 등 공정위가 하도급 거래 모범 관행으로 제시한 4대 가이드라인 도입율도 전년보다 45.6%를 기록하는 등 증가세다.
선중규 공정위 제조하도급개선과장은 “2011년 하반기 조사결과에도 규모가 작은 업체일수록 서면미발급이 많았다”며 “이들은 아무래도 쉽게 하기가 어려운 측면들이 있다. 서면 미발급 행위가 여전히 가장 빈번한 하도급법 위반혐의로 지적되고 있어 구두 발주 관행 개선을 위한 노력을 지속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공정위는 일방적 대금 인하·일정금액 할당 후 인하 등 부당한 하도급 대금 결정 관행에 대한 감시와 법위반 적발 시 엄정 조치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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