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주진 기자 =하루에 수백만명의 사람들이 이용하는 수도권 지하철 45개역의 승강장이 규정에 맞지 않는 피난로가 설치돼있는 등 안전 대책이 소홀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지난해 9∼10월 국토교통부와 한국철도시설공단을 상대로 '철도시설안전 및 경영관리실태'를 감사한 결과를 20일 공개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수도권 지하철 역 중 압구정로데오·강남구청·공덕·서현·정부과천청사역 등 45개 역 승강장에는 규정에 맞지 않는 피난로가 설치됐고, 이 때문에 역사 안에서 화재나 테러 등이 발생할 때 승객들이 쉽게 대피할 수 없음에도 철도시설공단은 이동식 피난계단 같은 방안 등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철도시설공단이 지난 2012년 경부고속철도 시험구간인 충남 오송읍 산동3교 등 4개 교량에 지진대비 보강공사를 하면서 품질검사 관리를 소홀히 한 사실도 드러났다.
시행업체는 공단의 방치속에 전수 품질검사를 하도록 한 규정을 어기고 462개 지진격리받침 중 단 9개에 대해서만 검사를 한 채 공사를 마친것으로 밝혀졌다.
철도시설공단은 또 2011년 민간 건설사와 865억원 규모의 '수도권고속철도 제8공구 건설공사' 계약을 맺고 공사를 추진하던 중 건설업체가 공사기간 단축을 이유로 터널 두께를 얇게 하도록 설계변경을 신청하자 전문가 검증없이 이를 수용했다.
이 때문에 3곳에 이르는 터널이 당초 설계보다 60㎝ 얇아진 35㎝ 두께로 시공이 될 상황이며, 계획대로 공사가 진행되면 올해 12월에 준공될 예정이라고 감사원은 밝혔다.
감사원은 이미 같은 방식으로 공사한 호남고속철도 노령터널 등의 안전성을 검토한 결과 안전율이 기준치인 1보다 훨씬 낮은 0.13∼0.64로 나타나 안정성이 불확실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철도시설공단에서 업체들의 담합 정황을 알고도 그대로 입찰 절차를 진행, 담합업체에 특혜를 제공한 사실도 적발됐다.
감사원에 따르면 공단은 지난해 1월 총 9천375억원 규모의 원주-강릉 간 철도건설사업을 추진하면서 입찰에 응한 4개 업체의 담합 정황을 인지, 같은 해 4월 공정거래위원회 제소와 재입찰을 결정했다.
그러나 이 직후 공단 이사장이 기존의 입찰을 계속 진행하라는 지시를 내려 담합 협의가 있는 업체들을 낙찰자로 결정하고 계약을 체결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철도시설공단이 계약관계의 우월한 지위를 이용, 이른바 '갑질'을 한 정황도 드러났다.
공단은 호남고속철도에 관련된 총 84건의 공사(도급공사비 합계 13조원)를 추진하면서 50건에 대해 공사기간을 연장하면서 업체들로 하여금 공사연장에 따른 추가비용을 청구하지 못하도록 하는 각서 제출을 강요한 것으로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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