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변 초고층 랜드마크 건립 △컨벤션 등 국제업무와 관광 산업의 결합 △KTX 등 첨단 교통망 연계 △기부채납을 통한 공공성 확보
부동산 전문가들에게 이 질문을 하면 하나같이 ‘용산역세권개발’이라고 답한다. 용산 철도기지창과 서부이촌동 아파트 단지를 합쳐 총 56만㎡의 부지에 150층 랜드마크와 초고층 주상복합 등을 건설하는 매머드급 개발 계획였다.
기자가 의도한 답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오답도 아니다. 기자가 원한 답은 박원순 시장이 지난달 1일 발표한‘코엑스~잠실운동장 종합개발계획’이다. 지방 이전 대상인 한국전력 본사부지에 초고층 랜드마크를 짓고, 코엑스와 연계된 국제회의 중심의 업무지구와 잠실종합운동장 리모델링을 통한 엔터테인먼트 복합단지를 만들자는 구상이다. 하지만 용산역세권개발도 위에 제시된 5가지 사항에 정확히 부합한다.
오 전 시장 입장에서 용산개발은 대권가도를 향한 선거전략였다. 박정희 대통령의 장기집권과 경부고속도로, 이명박 전 시장(대통령)의 청개천 복개와 대통령 당선이 무관치 않다는 사실을 학습한 오 전 시장의 참모들이 내놓은 개발 청사진, 그 정점이 바로 용산개발이다.
2010년 보궐선거로 오 전 시장의 바통을 받은 박 시장은 재임 초기부터 줄곧 오 전 시장의 색깔 지우기에 나섰다. 현대차의 뚝섬 사옥 건립 등 오 전 시장이 만든 사전협상제도를 통해 계획된 초고층 개발 계획을 모두 무력화했고, 한강 르네상스 계획도 백지화 했다. 그 과정에서 용산개발도 자금난과 주주사간 갈등이 겹치며 부도가 났다. 박 시장 본인은 기자들과 만날 때 마다 “필요한 개발은 하겠다”며 개발 규제론자로 각인되는 것을 경계했지만 결과적으로 취임 후 줄곧 그는 개발론자의 반대편에 있었다.
돌이켜 보면 본인의 말대로 박 시장이 무조건 개발을 규제해 온 것은 아니다. 코엑스~잠실운동장 종합개발계획은 박 시장이 취임 후 장기간 준비해온 프로젝트다. 박 시장이 지난해 4월 내놓은 한강변 스카이라인 규제도 기본적으로는 35층 이하로 층고를 제한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도심 및 부도심과 연계된 지역의 경우 용도변경을 통해 50층 이상 초고층이 가능하도록 여지를 뒀다.
문제는 타이밍이다. 정책의 탄력성을 강조했던 박 시장은 구체적인 자금조달 방안이 빠진 설익은 코엑스~잠실운동장 개발 계획을 서둘러 발표했다. 지난 1년 엄격하게 적용해 온 한강변 층고 규제도 최근 반포주공1단지 사전심의에서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시장상황과 개발에 대한 박 시장의 철학은 크게 변한 게 없다. 달라진 게 있다면 정치의 계절이 찾아왔다는 점이다. 6·4 지방선거가 코앞이다. 반포주공1단지의 가구수는 3590가구로, 유권자 수를 생각하면 재선에 도전한 박 시장 입장에선 주민들의 규제완화 요구를 묵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반면 규제를 엄격하게 적용해 최근 최고 층고를 25층으로 제한한 삼성동 홍실 아파트(384가구)의 경우 표수의 관점에서 보면 반포주공 1단지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대규모 개발 공약과 그에 필요한 규제 완화는 이해 당사자가 많아 민심을 얻기에 유용한 선거전략이다. 박 시장의 정책적 융통성이 하필 선거철에 빛을 발하는 것은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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