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 싸움' KB금융, 허술한 내부통제로 '위기 자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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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5-20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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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록 KB금융그룹 회장(왼쪽), 이건호 국민은행장

아주경제 김부원·문지훈기자= KB금융그룹이 또 다시 최고경영자, 임원,이사회 등의 갈등으로 내홍을 겪고 있다. 이번에는 전산 시스템 변경을 두고 논란이 불거졌다.

KB금융은 최근 몇 년간 내부 갈등으로 여러 사건·사고들이 연이어 터져나왔다. 이에 따라 국내 최고 금융그룹이 내부 통제상 문제를 드러내면서 위기를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KB금융·국민은행 갈등 어쩌다 불거졌나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의 전산시스템 변경이 본격화된 시기는 지난해 11월로, 당시 경영협의회는 전산시스템을 개방성이 떨어지는 IBM에서 유닉스로 교체하기로 결정했다. 지난달에는 국민은행과 KB국민카드 이사회를 통해 변경을 확정했으며, 당시 국민은행 내부에서 IBM과 유닉스 교체에 대한 논란이 제기됐다. IBM의 개방성이 떨어지지만 보안성이 높아 제격이라는 의견과 시스템 간 연계 등을 고려하면 유닉스로 교체해야 한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선 것이다.

논란이 일자 이 행장은 정병기 감사위원을 통해 특별감사를 실시했다. 이후 문제점을 지적한 내부 감사보고서를 지난 16일 감사위원회와 이사회에 보고하려 했으나 거부당하면서 갈등이 증폭됐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내부 감사보고서에서 어떤 문제점이 지적됐는지 확인하기는 어렵지만 감사위원회와 이사회가 보고를 거부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지난 19일 열린 이사회에서도 이 행장은 문제점을 보고하지 못했으며, 특별감사에 대해서도 중단 요청을 받았다.

KB금융은 정 감사가 감사권을 남용했다는 입장이다. KB금융 최고정보책임자인 김재열 전무는 "정 감사가 은행 경영협의회를 거쳐 이사회에서 결의된 사항에 대해 자의적으로 감사권을 남용하고 있다"며 "시스템 변경시 우선협상에 탈락했던 IBM코리아 대표의 개인 이메일을 받은 은행 경영진이 공식 절차 없이 재검토를 지시한 것이 해프닝의 시발점"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은행 측은 "감사에서 문제점이 발견돼 이사회에 보고하려 했으나 보고 자체도 이뤄지지 못했다"며 "이런 사안을 감독당국에 보고하고 사실 확인을 요청하겠다는 상임감사의 의견이 합당하다고 판단돼 은행장이 승인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국민은행은 전산시스템을 교체하기로 한 이사회의 결정에 대해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기로 했다. 국민은행은 늦어도 21일까지 법원에 신청서를 제출할 것으로 보인다.

◆'말많고 탈많은' KB, 어쩌다 이 지경까지

KB금융의 내부 갈등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어윤대 전 회장 재임 당시 이른바 'ISS사태'로 논란이 일었다. ISS사태란 일부 사외이사 재선임과 관련, 미국계 주총안건 분석회사인 ISS에 KB금융의 내부정보를 알려준 사건이다. 

지난해 말 서울행정법원은 이와 관련한 금감원의 제재요구처분이 위법하다고 판결했지만, 사건이 발생했을 당시 금융권을 떠들썩 하게 했다. 

2012년 말에는 '술잔 소동'이 있었다.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국민은행 현지법인 개소식 후 열린 만찬에서 어 전 회장이 폭언을 하며 술잔을 집어던진 사건이었다. 사외이사들이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에 반대하는 것에 불만을 갖고 있던 어 전 회장의 감정이 폭발했던 것이다.

국민은행에서도 지난해부터 사건·사고가 연이어 발생했다. 지난해 11월 일부 직원이 2010∼2013년 주택채권의 원리금 110여억원을 횡령하는 사건이 적발됐다. 또 5000억원대 부당 대출 혐의로 지난해 도쿄지점의 지점장 등이 구속돼 조사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국민은행의 한 직원은 부동산개발업자에게 9709억원 규모의 허위 입금증을 발부했다가 적발되기도 했다.

국민은행 팀장급 직원의 친인척들이 수년간 맡긴 20여억원의 돈을 제대로 돌려받지 못했다며 민원을 제기한 사건도 최근 드러났다. 올 초에는 KB국민카드에서 대규모 고객정보가 유출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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