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재영 기자 = 반도체 파운드리(수탁생산)가 패권 다툼의 격전지로 부상했다.
모바일 중심으로 변한 반도체 시장에서 모바일칩을 만드는 파운드리를 잡는 자가 왕좌에 오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동맹 세력을 모아 선두인 TSMC를 견제하는 게 경쟁의 골자다. 삼성전자가 승리하면 장외에 있던 인텔까지 잡을 수 있어 이번 격돌이 주목된다.
◆ 삼성-TSMC, 인텔 빼고 무대 위로
21일 업계에 따르면 반도체가 모바일, 태블릿 위주로 이전하면서 관련 칩을 만드는 파운드리 비중이 커지고 있다. 그간 PC 기반으로 반도체 시장을 주도해왔던 인텔이 지난해 매출이나 점유율 면에서 역성장한 반면, 삼성전자나 TSMC, 글로벌 파운드리 등이 성장한 것은 이를 방증한다. 인텔은 모바일 시장이 원하는 저전력 솔루션에 취약해 뒤처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아이서플라이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반도체 점유율은 인텔이 14.8%, 삼성전자가 10.5%였다. 메모리 선두인 삼성전자가 비메모리만 보강하면 따라잡을 만한 격차다.
이 가운데 삼성전자는 최근 파운드리에서 합종연횡을 통한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앞서 글로벌 파운드리에 14나노 핀펫 공정의 기술 라이선스를 제공하며 ‘원디자인 멀티소싱’ 체계를 구축했고, 이어 최근에도 STMicro와 손잡고 FD-SOI 기반 28나노 기술을 도입했다.
14나노 핀펫은 3차원 입체구조로 소자를 만들어 성능과 저전력 특성을 강화할 수 있다. FD-SOI 28나노 기술도 비슷한 나노대 공정대비 원가를 낮추면서 고성능을 구현하게 해준다.
◆ 삼성 동맹, TSMC 전방위 압박
이에 따라 16나노 핀펫과 10나노 로드맵을 추진해왔던 TSMC는 강한 압박을 느낄 것으로 보인다. TSMC는 올해 안에 20나노 평면 기술 공정의 양산을 시작하고 내년에 16나노 핀펫 공정 양산에도 들어갈 계획이다. 2013년부터 10나노 기술도 개발해 왔는데 2015년에 시험 제품을 만들고 2016년 말쯤에야 양산에 들어갈 전망이다.
삼성전자도 올해 기흥 공장에서 28나노 FD-SOI 기반 칩을 만들 예정이다. 14나노 핀펫은 올해 말 양산 계획을 밝혔다. 신공정을 앞세운 양측의 대결구도가 부각되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두 차례 제휴를 통해 고급형과 중저가 칩 양쪽 시장에서 TSMC를 견제할 수 있게 됐다.
28나노 대비 14나노 핀펫은 속도와 저전력 면에서 각각 60% 향상된 특성을 보인다고 글로벌파운드리는 주장한다. 이에 비해 16나노 핀펫은 각각 28나노 대비 40%와 55% 향상됐다는 게 TSMC의 주장이다. 삼성전자측은 또 14나노 핀펫이 20나노 평면 공정에 비해 속도는 20%, 저전력은 35% 개선됐다고 주장한다.
이대로라면 성능에서 삼성전자측이 우세하지만 TSMC는 가격경쟁력 면에서 강점을 보일 전망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삼성전자는 28나노 FD-SOI 라이선스 제휴를 통해 대응책을 마련했다.
업계 관계자는 “14나노 핀펫은 16나노 핀펫보다 조금 값비싼 대신 퍼포먼스에서 우위를 보인다”며 “20나노 평면 기술과 16나노 핀펫이 중저가 기기에 메리트를 가지고, 14나노는 고급형 시장에 적합할 것 같다. 다만, 28나노 FD-SOI가 기존 공정을 그대로 사용해 가격면에서 강점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한편, 가트너에 따르면 지난해 파운드리 시장규모는 404억달러로 전체 반도체 시장의 11%를 차지했다. 시장 점유율은 TSMC가 50%로 압도적인 1위이며 이어 글로벌파운드리 11%, UMC 10%, 삼성전자 6% 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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