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현주 기자 ="잡으은손 그대 손을 놓고, 나를 아니 부끄러워사시면, 위태로운 절벽끝, 아름다운 꽃한송이, 꺾어 드릴게요."
뮤지컬 <오필리어>공연중, 햄릿과 오필리어가 즐거운 시간을 보낼때 나오는 노래다. 오필리어는 절벽 끝에 매달린 상사화를 보고 따려고 하지만 폭풍에 몸이 위태롭게 흔들려 포기하고 만다. 이 장면에서 광대들이 ‘오필리어 헌화가’를 부르는 데 이 노래 낯설지 않다. 바로 신라시대 향가 ‘노인헌화가(老人獻花歌)’의 구절이다. ‘노인헌화가’는 수로부인이 벼랑 위 아름다운 꽃을 보고 저 꽃을 꺾어 바칠 사람이 있는 지 묻자 따르던 이들은 사람이 닿을 수 있는 곳이 아니라며 나서지 않았는데, 이 때 소를 끌고 가던 한 노인이 자신을 위해 절벽 위의 아름다운 꽃을 따다 줄 사람이 있느냐 묻자 노래를 부르며 꽃을 따다 바쳤다는 수로부인 설화를 배경으로 한다.
또 있다. "훨훨 나는 저 꾀꼬리,암컷 수컷 정다운데, 외로워라 이내 몸은 누구하고 날아볼까"
극 중 ‘오필리어’가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 ‘햄릿’이 아버지를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사실을 전해 듣고 미쳐서 부르는 노래로 웃다 울다 하면서 오열하는 장면에 나오는 노래는 고구려 유리왕의 시조 ‘황조가(黃鳥歌)’가다. 자신을 사랑한다고 믿었던 ‘햄릿’이 갑자기 변해버린 데서 오는 슬픔과 아픈 현실을 부정하고만 싶은 복잡한 심경을 극적으로 드러낸다.
‘황조가’에 이어 ‘오필리어’가 강물에 빠지는 장면에서는 "님아 님아 강물을 건너지마. 저 님은 강물을 건너다가 퐁당 빠져죽었네"라는 ‘공무도하가(公無渡河歌)’의 구절도 인용된다. 극 중 오필리어는 햄릿의 배신에 상처를 입고 절규하던 중 ‘상사화’를 따러 절벽에 오르다가 강물에 퐁당 빠지게된다.
이 처럼 오필리어를 관람하다 보면 어디서 들어본 듯한 내용들이 중간중간 등장한다
연출가 김명곤(전 문화부장관)의 센스다. 대본을 작성할 당시 청년 시절 빠져들어 탐독했던 '삼국유사(三國遺事)'를 우연히 다시 읽게 되었고, ‘오필리어’의 이야기를 설화에 기반해 풀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덕분에'햄릿'에 고대설화를 접목시켜 가사말 곳곳에 사용되어 극의 전개의 중요한 모티브로 작용하고 있다.
극 속에 등장하는 향가, 고대 시조들을 국악적이기보다는 현대적인 음악 화법으로 풀어내어 친근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뮤지컬 <오필리어>는 셰익스피어의 희곡 「햄릿」을 ‘오필리어’의 관점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원작에서 ‘오필리어’가 햄릿을 사랑한 여인으로 청순가련하고 희생적인 여인의 상징으로 등장했다면, 여기서는 자신의 사랑에 적극적이며 당찬 매력을 지닌 전혀 새로운 여성으로 변모하여 극을 주도적으로 이끌어나간다.
원작에서 햄릿이 가지고 있던 ‘죽느냐, 사느냐’라는 고뇌 못지 않게 오필리어는 ‘사랑이냐, 복수냐’에 대한 고뇌와 갈등을 가지고 절망하고 고통에 몸부림치지만 이 모든 것을 극복하고 ‘복수를 넘어 선 사랑의 이야기’, ‘죽음을 넘어 선 생명의 이야기’를 환상적으로 이끌어낸다.
공연을 관람한 관객들은 “셰익스피어 고전에 대한 상식과 고정관념을 깨뜨린 데 있어서 특색 있는 공연” (네이버 아이디 ayoung***), “탄탄한 대본과 출연배우들의 뛰어난 연기와 노래실력, 창의적인 안무, 바이올린과 피아노 연주를 바탕으로 판소리, 트로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의 쏙쏙 들어오는 음악이 무척 새롭고 흥미롭다.” (hoh***) 등 기존 뮤지컬을 공식을 탈피한 새로움에 호평을 보내고 있다. 공연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25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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