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현주 기자 ="그땐 "끝까지 하세요"가 무슨 뜻인지 몰랐어요. 이제야 알게됐죠."
5년만에 개인전을 여는 작가 김정선(42)은 "작업을 하는게 이렇게 힘든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때 "열심히 하세요"가 아니라 왜 "끝까지 하세요"라는 말을 하는지 이해가되지않았지만 시간이흐를수록 그 말은 더 각인됐다.
"끝까지 하세요"란 말로 작가를 자극한 사람은 이화익갤러리 이화익 대표다.
인연은 15년전으로 거슬러올라간다.
이화익대표는 당시 갤러리현대에서 젊은작가 발굴을 하는 일을 맡고 있었다. "1999년이죠. 그땐 제가 갤러리현대에서 큐레이터로 일할때였어요. 어느날 '물방울 화가' 김창열화백이 덕원갤러리 전시장에 한번 가보라고 하더군요.괜찮은 작품이 전시되고 있다고요."
그땐 작가를 못만났다. 오래된 사진으로 가족등 인물을 그린 작품이었다. "작가로서 감성이 있다"고 여겼다.
당시 작가는 미국유학에서 막 돌아온 때였다. IMF가 터진후고, 유학까지 갔다왔는데 놀고 있을순 없다는 생각에 전시를 열면서도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
이후 관훈갤러리등에서 작가는 개인전을 열었고 이 대표는 작가를 주시했다. 그렇게 10년, 2009년 이화익대표는 자신의 갤러리에서 작가를 초대 개인전을 열었고 전시는 화제를 모았다. 물론 그 작품에 유명아나운서인 김주하 앵커의 어린시절 모습이 있어 더욱 주목받았지만 이는 화랑의 마케팅이 주효했다. 각박하게 변하는 시대속 추억을 환기하는 시기와 타이밍이 맞았던 결과이기도 했다.
실제로 여성작가들도 직장여성들처럼 '결혼과 출산 육아'의 전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경단녀'가 되기도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김정선 작가도 그랬다. 그 사이 두 아들의 엄마가 된 작가는 육아와 작업의 사이에서 작업은 쉽지않았다. 하지만 "끝까지 하세요" 라는 말 덕분에 오기가 생기기도 했다.
"5년간 전시장에 보이지 않았지만 붓을 놓지는 않았어요. 늘 그림을 그리고 있었어요. "
아트페어에 출품하기위해 만삭의 몸으로도 그림을 마감했고, 홍콩크리스티 경매에 출품하기위해 시아버지가 돌아가신 날에도 소복을 입고 한밤중 몰래 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예중, 예고,미대를 나와 오로지 그림밖에 모른다는 작가는 "그림을 포기하고도, 안하고도 행복했으면 안했을것"이라며 화가로서 굳은 의지를 보였다.
그는 게르하르리히터의 자서전에 나오는 "세상을 바꿀수 있을만큼 바보가 되지않으면 작가가 될수 없다"는 말을 명심하고 있다. 그럴때마다 힘을 주는 작가들의 작품을 이번엔 화폭에 새겼다.
리움미술관에서 만난 루이스부르조아의 '거미'와 스위스 어느미술관에 있는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길쭉한 조각, 제프쿤스의 '보라색 사탕', 마크 로스코의 그림을 담아냈다.
오는 28일부터 여는 개인전은 '시간의 연속성'이라는 주제를 유지하면서도 좀 더 보편화된 기억일수 있는 상황의 연출로 공감대를 형성한다.
"자코메티 조각품과 함께 그려진 아이는 제 아들이에요. 미술관에 갔을 때를, 혹은 아들과 같이 가고 싶다는 기대를 상상하며 그린 작품이죠."
작품 속 인물들은 이전 작업처럼 주변 풍경과 겹쳐지며 마치 풍경에 스며들 듯 반투명으로 그려졌다. "아무리 레이어를 많이 올려도 왜 그림이 얇아지고 사람도 점차 투명해질까 고민했는데 그건 실체가 아니기 때문이더라고요."
전시장 1층에는 이전 작품의 연장인 인물 사진들도 나왔다. "흑백을 안써도 시공간에 대해 이야기할수 있겠다"며 진화한 작품이다. 전시는 6월 10일까지. (02)730-7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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