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칼럼]환경이 생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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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5-24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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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워싱턴 특파원 홍가온 기자 =얼마전 워싱턴DC 중심가에서 눈길을 끄는 광경이 있었다. 워싱턴DC 북동쪽 엠 스트리트(M Street)와 케이 스트리트(K Street)를 잇는 19번가(19th Street)의 인도 한군데에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콘크리트와 아스팔트로 딱딱하게 덮어놓은 도심 일부분을 꽃밭으로 만든다는 구상 아래 시행된 '빗물정원' 준공식이 벌어진 것이다.

선거철을 앞둬서인지 굵직한 인사들이 대거 참석 이날 행사에서 관계자들은 각종 오염물질을 포함한 빗물이 도로와 인도로 넘치는 것을 막고 홍수조절 기능까지 이 빗물정원이 해낼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각종 꽃과 풀이 자라면서 나비 등 곤충들이 모여들면서 회색빛 도시가 아름답게 변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전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싱크홀' 현상이 토양내 물이 빠져 나가면서 지반이 약해졌기 때문이라며, 도심을 뒤덮고 있는 시멘트와 아스팔트 밑의 흙이 수분을 머금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워싱턴DC가 추진하고 있는 빗물정원은 싱크홀을 어느정도 예방하는 효과도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얼마 전 한국의 강서구 마곡지구가 물순환 도시로 조성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기후변화와 급격한 도시화로 가뭄과 홍수가 늘어나고 자연 물순환계가 왜곡되는 등 복합적인 도시문제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이렇게 급변하는 환경문제에 대처하기 위한 인간의 노력이 계속되고 있지만 불안감을 감출 수 없는게 현실이다.

얼마 전 영국의 한 대학 연구진은 지구에서 가장 큰 빙관, 즉 육지를 덮고 있는 빙하덩어리 중 하나인 노르웨이 스발바드 군도의 에우스트폰나 빙관이 최근 몇년 새 빠른 속도로 녹고 있다고 밝혔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최근 2-3년 새 빙관이 녹는 속도가 종전 관측치보다 10배 이상 빨라졌다는 것이다. 빙하나 빙산, 그리고 빙관이 녹을 경우 가장 우려되는 문제는 바로 해수면 상승이다.

미국 백악관은 최근 미국 내 47개 대형 공항 중 12개가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으로 대형 홍수의 피해 위험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강력한 폭풍이 몰아칠 경우 해안 지역에 인접한 공항들의 활주로가 물에 잠길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각 공항은 엄청난 비용을 들여 배수시설 개선 작업을 벌이고 있지만 그것이 얼만큼 큰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실정이다.

미 항공우주국(NASA)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과학자 단체인 '걱정하는 과학자들의 모임(USC)'은 로켓 발사대와 우주인 훈련단지 등 나사의 주요 시설들이 해수면 상승으로 큰 피해를 볼 가능성에 직면했다며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이제 바다와 인접해 있는 주요 정부 또는 민간시설은 모두 서둘러서 내륙 안쪽으로 옮겨야 할 판이다. 가만히 있다가는 모두 바닷물에 잠기는걸 눈뜨고 멍하니 봐야할 날이 올지도 모른다.

대학 때 전공 교수님이 생각난다. 저명한 지구물리 학자셨던 그 교수님은 미국에서 한국으로 들어오자마 당시 대통령에게 수차례 편지를 보냈다.

편지의 내용은 당시 대통령의 공약사항이었던 서해안 간척사업을 중단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25년전 일이지만 그 노교수는 일찌감치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이가져올 재앙을 내다본 것이었다.

하지만 결국 정치, 경제논리에 밀려 서해안 간척사업은 강행됐고, 결국 머지 않은 미래에 바닷물을 막아 만든 드넓은 땅이 소금물 밑으로 가라앉게 된 것이다.

물론 인간의 적응력은 뛰어나기 때문에 해결방법을 찾아 문제를 예방하고 풀어 나갈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인간은 자연의 힘 앞에 정말 나약한 존재이다. 따지고 보면 이렇게 된 것도 다 우리 인간들 탓이다. 지금이라도 더 늦기 전에 환경보호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대책마련은 물론 환경오염 요인을 제거하는데 온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우리 후손들이 생명을 걸고 일생을 바닷물 퍼내며 살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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