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은행들은 전반적으로 IBM보다 유닉스를 선호하는 추세이다. 가격 경쟁력 때문이다. 은행권과 정보통신(IT)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이같은 추세는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국내은행 7곳 중 4곳이 '유닉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국내은행 7곳 중 4곳이 전산시스템으로 유닉스를 사용하고 있다. 올 하반기에는 최소 5곳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신한은행은 2006년 조흥은행과 전산 통합을 하면서 전산시스템을 유닉스로 변경했다. 외환은행은 2005년부터, 하나은행과 농협은행은 2009년부터 유닉스를 사용하고 있다.
기업은행은 1979년부터 IBM 메인프레임을 사용하고 있지만, 현재 진행 중인 포스트 차세대시스템이 오는 10월 오픈되면서 유닉스로 전환할 예정이다. 만약 국민은행도 유닉스로 변경할 경우 8곳 중 우리은행 한 곳만이 IBM 메인프레임을 사용하게 된다.
신한·하나은행 등 현재 유닉스를 사용하는 은행 중 IBM 메인프레임으로 교체할 계획을 세운 곳은 없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조흥은행과 합병하면서 심사숙고 끝에 유닉스로 교체한 만큼 현재로선 교체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IBM vs 유닉스 '갑론을박' 이유는
IBM 메인프레임은 안정성과 성능이 뛰어난 반면 높은 가격과 폐쇄적인 운영이 단점으로 지적된다. 반면 유닉스의 경우 낮은 가격이 매력적으로 부각되고 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유닉스 서버로 교체하면 IBM에 지불하는 아웃소싱에 비해 100억원대의 비용 절감 효과가 기대된다"며 "이런 차원에서 2012년부터 유닉스 서버로 변경하는 작업을 꾸준히 추진해왔다"고 밝혔다.
결국 가격 경쟁력이 핵심이다. IBM 메인프레임은 IBM에서만 공급돼 가격이 높게 형성된다. 고사양에 안정적인 시스템을 제공하고 있지만 메인프레임 공급사가 IBM 한 곳 뿐이다. 독점적인 시장인만큼 가격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그러나 IBM 메인프레임은 소프트웨어와 데이터베이스가 원스톱 솔루션 형태로 모두 갖춰져 있어 안정성 측면에서는 더 유리하다. 보안성 측면에서도 오픈소스인 유닉스보다 안전하다. 다만 폐쇄적인 만큼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하는데 제약이 많고 새로운 업무 개발에도 어려움이 따른다.
이에 비해 유닉스는 오픈OS소스를 사용해 IBM은 물론 HP와 오라클도 제공한다. 유닉스는 오픈OS의 장점을 살려 데이터베이스 등을 골라서 조립할 수 있다. 즉 다양한 제품군을 사용할 수 있어 IBM 메인프레임보다 자연스럽게 유지·보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2000년대 중반 이후 기술 수준이 급격히 발전해 메인프레임과 유닉스의 성능 차이도 점점 좁혀지고 있는 추세다. IT업계 관계자들은 "투자비용 회수 측면에서 IBM 메인프레임에서 유닉스로 전환하는 것이 유리하다"며 "제 1금융권은 메인프레임을 유닉스로 전환해가는 것이 트렌드"라고 말한다.
◆KB금융, 2009년에도 전산시스템 교체 갈등
이처럼 두 시스템의 장단점이 극명한만큼 은행 입장에서는 IBM과 유닉스 중 한 곳을 선택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며, 따라서 의사결정 과정에서 갈등도 일어나게 되는 것이다.
KB금융의 경우 5년 전에도 전산시스템 교체를 둘러싸고 갈등을 겪었다. KB금융지주의 한 사외이사는 지난 2009년 국민은행의 차세대전산시스템 기종 선정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국민은행이 차세대시스템 전산기종을 선정할 때 컨설팅업체가 추천한 유닉스 기종 대신 IBM 기종이 최종 선정된 것과 관련, 이 사외이사가 IBM 기기 선정에 힘을 실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또 다른 KB금융지주 사외이사는 자신이 회장으로 있는 업체가 국민은행과 정보기술 시스템 유지·보수 계약을 하는 데 직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금융감독원은 KB금융 측에 경영 유의 조치를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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