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이방인’은 초반 캐릭터 그리기에 집중하다보니 메디컬보다는 멜로에 치우쳤다. 박훈(이종석)이 김일성의 심장을 수술하러간 부친 박철(김상중)의 볼모로 북한으로 넘겨지면서 성인이 돼 돌아온 남한에서 이방인처럼 살게 된 운명을 그리기 위해서였다. 이와 함께 박훈과 얽힌 인물들이 도드라지게 드러났다. 특히 북한에서 만난 첫사랑 송재희(진세연)와 이별하게 되는 장면을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에서 첩보전으로 그려냄으로써 멜로 라인을 부각시켰다.
메디컬에 무게를 둔 드라마를 기대했던 시청자라면 초반의 로맨스 설정이 다소 장황하게 느껴질 수 있었다. 물론 어두운 곳에서도 환자의 증상을 단번에 알아내거나 오수현(강소라)의 엄마를 끝까지 살려내려는 장면에서는 실력 있고 정의로운 의사 박훈의 모습이 그려졌다. 하지만 촌각을 다투며 환자를 수술하는 장면이나 의료 기술이 부각되는 장면이 무게감 있게 다뤄지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7회에서는 시청자의 갈증이 다소 해소됐다. 박훈이 심장 기형으로 태어난 신생아가 숨이 멎자 인공호흡과 심폐소생술로 살려내 사랑의 포로였던 유약한 남자에서 진정한 의사로 거듭나는 장면이 감동적으로 그려졌다. 작지만 소중한 생명을 건져내는 장면을 밀도감 있게 배치함으로써 메디컬 드라마로서 약했던 한 축을 세운 것이다. 최고의 의사 자리를 두고 격돌하는 장면이 암시되면서 메디컬 드라마의 장점을 서서히 드러낼 예정이다.
MBC ‘종합병원’(1994-1996), ‘의가형제’(1997), ‘해바라기’(1998-1999), ‘하얀거탑’(2007), SBS ‘외과의사 봉달희’(2007), MBC ‘뉴하트’(2007-2008), KBS ‘굿닥터’(2013) 등 메디컬과 멜로라는 재료를 잘 버무려 맛깔 나는 드라마로 사랑받았던 사례를 통해 볼 때 ‘닥터 이방인’의 인기 상승세를 기대해 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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