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적 정의처럼, 가요계에서 피처링은 음악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쓰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피처링 연예인이 누구더라'로 화제가 되고 덕을 본 가수들이 많아지면서 피처링 없는 앨범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빈번해졌다.
'홍대 박효신'으로 이름을 날리며 리스너(관심 분야의 음악을 듣고 공유하는 음악 청취자) 사이에서는 힙합씬(힙합 그라운드)의 보컬리스트로 정평이 나 있던 정기고가 대중에게 유명해진 건 불과 석달 전 일이다.
올해 2월 정기고는 걸그룹 씨스타 소유와 입을 맞춘 듀엣곡 '썸'을 발표했다. 앨범 발매 전부터 소유의 피처링 참여로 화제를 모은 '썸'은 발매 직후 멜론, 벅스, 소리바다, 올레뮤직 등 주요 음원 사이트의 실시간 차트 1위에서 내려올 줄을 몰랐다. 성공적 메이저 입성이었다.
그가 대중 앞에 드러나게 된 건 지난해 말 씨스타 소속사 스타쉽엔터테인먼트와 전속계약을 맺으면서부터다. 정기고라는 인물 검색어 앞에는 '소유의 썸남', '소유의 그 남자'라는 수식어가 붙었고 연예계 '썸' 열풍을 일으켰다. 정기고 홀로 노래했다면 이렇게까지 인기몰이를 할 수 있었을까?
래퍼 매드클라운 역시 피처링 덕을 톡톡히 봤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매드클라운은 하이플로우 랩핑을 구사하며 언더래퍼 사이에서 상당한 입지가 있었지만 네티즌 사이에선 '듣보잡(듣도 보도 못한 잡놈·인지도가 전무한 사람)'이었다.
대중에게 '착해빠졌어', '견딜만해' 두 곡에 관해 물어봤을 때 매드클라운이 랩을 한 부분과 가사를 기억해 답하는 이가 몇이나 될까? 2013년 6월 방송한 힙합 오디션 프로그램 '쇼미더머니2'에 나와 매드클라운이 찰지게 랩하는 모습을 보지 않았다면 두 곡에 대해 '소유가 부른 노래'라거나 '효린이 부른 곡'이라고 대답하는 사람이 십중팔구였을 것이다.
하이포가 신인 남성아이돌그룹 최초로 데뷔와 동시에 국내 음원차트 1위와 지상파 음악방송 1위를 석권하는 게 가능했던 데에는 '국민 여동생' 아이유의 공이 컸다. '봄 사랑 벚꽃 말고'는 아이유의 네임밸류로 믿고 듣는 곡이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다른 가수의 앨범 작업에 참여해 노래와 연주로 도움을 주는 게 잘못된 일은 아니지만 가요계에 범람하는 피처링이 곱게만 보이지 않는다. 갓 데뷔하는 신인이 대중에게 자신의 색깔을 담은 완성도 있는 곡을 발표해 주목받기보다 인지도 높은 연예인의 인기에 '무임승차', 마케팅 효과를 노리는 것 같아 안타깝다.
과거 MC몽은 "랩으로 다 표현하지 못하는 부분을 피처링으로 채워 음악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고 피처링의 긍정적 면을 설명했다. 물론 힙합 가수라면 자신의 곡에 맞는 보컬을 찾아 피처링을 부탁하는 일이 다반사다. 하지만 곡 완성을 위한 피처링이 상업적 의도로 쓰이는 역기능에 대해서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단시간에, 손쉽게 대중의 관심과 흥미를 사기 위해 피처링에 의존하는 모습은 오히려 반감을 살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 내실 있는 음악활동을 저해하는 '첫 단추'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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