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래의 OK시골] ‘정도전’을 보면서 농지를 생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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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5-28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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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정도전’이 인기다. 정도전은 조선 건국을 주도한 개혁가이면서 이성계를 왕으로 만든 킹메이커다. 부패한 왕조를 버리고 새로운 나라를 꿈꾸는 정도전의 처세술과 그가 꿈꾸는 나라를 만들어가는 야망이 드라마틱하다.

드라마 초기 정도전은 새 왕조를 함께 할 인물을 찾다 이성계를 만나 우물정(井)자를 내민다. 뜻을 몰라 고민하는 이성계에게 정몽주가 들러 ‘정전제’라고 일러준다. 정전제는 고대 중국의 토지제도다.

토지를 ‘정(井)’자 모양으로 아홉 등분해 주위의 여덟 구역은 사전으로 하고 중앙의 한 구역을 공전으로 해 사전은 백성들이 농사를 짓고 공전은 공동 경작해 조세를 바치는 제도다.

당시 토지는 권문세족들 차지였고 백성들은 소작인이었다. 소작료에 세금을 감당 못해 백성들은 늘 배를 곯아야 했다. 권문세족들이 갖고 있는 토지를 몰수해 농민들에게 나누어주고 그들이 주인인 나라를 만들겠다고 생각한 것이 정도전이었다. 그가 원했던 백성들을 위한 급진적인 토지개혁의 꿈은 우여곡절을 겪으며 힘이 빠지고 결국엔 과전법으로 정리된다. 토지가 권문세족에서 백성으로 넘어간 것이 아니라 국가로 넘어갔고 결국 나라에 공을 세운 신진사대부들의 차지가 된다. 

조선이 망해가면서 토지제도는 문란해지고 땅 없는 농민들은 산천을 떠돌고 화전민이 된다. 새로운 나라 대한민국이 생긴 후 1949년에 국회는 농지개혁법을 만든다. 북한도 1946년 토지개혁법을 발포하고 토지를 몰수 농민들에게 나누어준다.

새로운 나라가 생길 때는 토지제도부터 정비한다. 농사짓는 사람이 농지를 소유한다는, ‘경자유전(耕者有田)’의 원칙은 국가 정신이다. 우리나라 헌법에도 살아있다.

이런 농지에 대한 생각이 바뀐다. 2005년 농지법 개정되면서 농업인이 아닌 개인이 취미 또는 여가활동으로 농작물을 경작하고자 할 경우 세대별로 1000㎡ 미만의 농지를 소유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른바 주말농장제도다.

농지는 농민만이 소유할 수 있다는 원칙에서 농사를 짓지 않는 도시민도 살 수 있게 됐다는 것도 토지개혁이다. 시골에 자신의 농장을 갖겠다는 것은 현재를 사는 도시민들의 로망이다. 백성들의 꿈을 이루도록 국가에서 나선 것이다. 농지제도도 바꾸고 헌법정신도 흔들었다. 이런 분위기로 봐서 주말농장이 중산층의 필수품이 될 날도 멀지않은 것 같다. 미리 준비해 두는 것도 좋겠다.

김경래 OK시골 대표 / www.oksig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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