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지은의 깔럼] 숲을 선물로…달라진 팬문화의 청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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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5-2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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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트리플래닛 홈페이지 캡처]


아주경제 국지은 기자 =종속국이 종주국에 때를 맞추어 예물을 바치던 일이나 그 예물이라는 뜻의 '조공'이 연예계에서는 다른 의미로 쓰인다. 팬들 사이에서 조공은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에게 음식이나 선물을 전달한다는 뜻이고, 이제는 어엿한 팬덤문화로 자리했다.

조공이 본질을 잃고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사례도 적지 않다. 마음을 표현한다던 초심은 일종의 과시나 경쟁을 불렀고 명품 시계나 의류, 고가의 음악장비 등 수억원을 호가하는 선물 공세로 변질됐다. 극소수의 연예인들은 SNS를 통해 원하는 선물을 노골적으로 표현하기도 했고, 팬클럽 회장이 회원들의 돈을 갈취해 도망가는 사기 사건도 발생했다.

걸그룹 크레용팝은 “높아진 인기에 선물을 감당할 수 없다”며 “조만간 선물 전용 계좌를 개설할 예정이니 선물 대신 해당 계좌로 입금해 달라. 입금된 금액은 불우한 이웃과 사회봉사단체에 기부할 계획”이라고 공지해 파문이 일기도 했다.

그릇된 팬문화가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가운데 반가운 사례도 있다. 스타의 이름을 탄 숲을 조성하는 ‘스타숲’이다.

지난 19일 그룹 소녀시대 멤버 써니의 생일을 맞아 팬클럽은 ‘써니숲’을 선물했다. 사회적 기업 ‘트리플래닛’과 팬들이 함께 진행하는 ‘스타숲 프로젝트’로 진행됐는데, 지난 2012년의 ‘투애니원숲’과 ‘신화숲’, 지난해 ‘신화숲 2호’의 명맥을 잇는 선물이었다.

스타숲은 지난해부터 확산일로에 있다. 가수 로이킴, 걸그룹 소녀시대, 보이그룹 인피니트,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샤이니 등의 이름으로 13개 숲이 만들어졌고 2014년에는 배우 하정우숲을 비롯해 가수 비숲, 효리숲. 보이그룹 블락비숲, 엑소숲, B1A4숲, 등 20개가 완성됐거나 진행 중이다.

트리플래닛은 정부기관과 MOU 체결을 맺고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트리플래닛은 정부에 부지를 협조 받고 팬들의 모금한 성금으로 나무를 구입한 후 해당 토지에 나무를 심어 숲을 만든다.

이후 해당 연예인의 이름을 딴 ‘ㅇㅇ숲’ 현판을 제작해 세워놓는다. 현판에는 참여했던 팬들의 이름도 함께 새기며 스마트폰 큐알코드로도 확인할 수 있다. 

트리플래닛 관계자는 “나무나 토지는 해당 연예인의 소유가 아니라 국가의 것”이라며 “숲에는 누구나 올 수 있고 이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스타숲 프로젝트’ 이외에도 JYJ 멤버 김재중 팬클럽의 초록우산어린이재단 1000만원 기부, 그룹 빅뱅 멤버 태양 팬클럽의 5·18기념재단 518만원 기부, 그룹 엑소 멤버 시우민 생일기념 굿네이버스 인터네셔널 1000만원 기탁 등 팬클럽의 기부활동은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다.

고가의 물품으로 애정을 과시하는 무리한 조공에 비해 사회적 기여는 한층 성숙해진 팬문화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설령, 자연을 사랑하고 누군가를 돕기 위한 순수한 취지보다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의 이미지 상승에 더 큰 마음을 두고 있더라도 칭찬 받아 마땅한 풍경이다. 똑똑한 팬들의 영리한 선물이 걱정스럽기만 했던 K팝 팬문화가 바람직한 청사진으로 대한민국을 미소 짓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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