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현의 E끌림] 활짝 열린 연기돌 시장에 신인 배우 설 자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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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6-02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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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 김재중 [사진=tvN '갑동이', MBC '트라이앵글' 홈페이지]
아주경제 최승현 기자 = 단언컨대, 지금 연예계는 만능 엔터테이너 시대다. 언젠가부터 가수와 배우 사이의 경계가 무너지면서 한 가지만 잘해서는 살아남기 힘든 시장이 됐다. 이런 시대에 발맞춰 아이돌 가수들은 '연기돌'이라 불리며 드라마, 영화, 뮤지컬 등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활동하고 있다.

최근 tvN '갑동이'에서 사이코패스 류태오 역을 맡은 엠블랙 이준은 천진난만한 웃음 뒤에 섬뜩한 속내를 드러내며 그야말로 소름 돋는 연기를 보여주며 호평을 받고 있다. 연기자로 우뚝 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JYJ 김재중 역시 MBC '트라이앵글'에서 굴곡진 인생살이의 주인공 허영달로 등장하며 극의 긴장감을 훌륭히 이끌고 있다.

과거 있었던 아이돌 연기력 논란은 사라진 지 오래다. 연기돌 모두가 그렇다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이전과 달리 가수 출신 연기자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많이 바뀌었고 안정된 연기력으로 배우 못지 않다는 평가를 받는 경우가 많아졌다.

아이돌은 출연 섭외 순위에서도 톱스타 못지 않게 강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물론 화제성이나 시청률 등 인기를 고려해 캐스팅하는 이유도 있지만, K-POP이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기 때문에 해외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부가수익을 창출해 내기 때문에 방송가에서는 아이돌을 잡기 위해 캐스팅 전쟁을 벌일 정도다.

드라마 제작사 입장에서는 상업적 흥행 요소에 연기력까지 갖추고 있으니 캐스팅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한마디로 캐스팅 법칙 자체가 과거와는 많이 달라진 것이다.

문제는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제 막 시작하는 신인 배우들이 설 자리가 적어졌다는 것이다. 외모나 연기력이 비슷한 수준이라면 인지도 면에서 앞서는 아이돌이 선택받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의도치 않았더라도 연기돌들은 수많은 신인 배우의 기회를 박탈하고 있다.

신인 배우는 성공적으로 연기자의 길을 가기 위해 아이돌 가수를 준비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들 정도다. K-POP 열풍으로 아이돌의 위상이 높아져 가는 것은 이해하지만, 이런 파장이 신인 배우들에게까지 미치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단순히 아이돌을 캐스팅하는 것을 나쁘다고만 할 수 없다. 하지만 장기적 측면에서 본다면 결코 좋은 일인 수만은 없다. '아이들이 미래다'라는 말처럼, 신인 배우 없는 드라마계의 미래는 어두울 뿐이다. 드라마나 영화 한 편이 제작되자면 잠시 주연을 하다 본업으로 돌아가는 연기돌이 아니라 단역부터 주연까지 해 낼 두터운 배우층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신인에게 좀 더 많은 기회를 줘야 할 지금, 드라마 관계자들의 애정어린 관심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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