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기득권 세력의 미디어를 통한 우민화 책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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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6-02 0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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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월호 참사가 물어 온 저널리즘의 역할.


아주경제 이인수 기자 =KBS 파업사태가 터지기전 많은 언론에서 청와대의 공영방송 장악 의혹과 길환영 KBS 사장을 질타하는 뉴스와 칼럼이 쏟아졌다. 그중 한겨레신문 [세상 읽기]코너에 칼럼을 쓴 김누리 중앙대학교 독문과 교수의 '문제는 길환영이 아니다'라는 제목의 글은 현재 대한민국 언론환경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김 교수는 이 칼럼에서 "박근혜 정부의 시대착오적 언론통제는 마땅히 저지돼야 한다. 그러나 이는 공영방송 정상화의 필요조건일 뿐 충분조건은 아니라는 사실도 유념해야 한다."라며 "정권의 방송 장악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보수 기득권 세력이 수면 아래에서 줄기차게 추진해온 우민화 책략이다. 민영방송은 말할 것도 없고, 공영방송마저 국민을 바보로 만드는 일에 용의주도하게 동원되고 있다."고 강조한다.

보수 기득권 세력의 우민화 책략, 참 섬뜩한 지적이 아닐 수 없다. 국민의 세금이나 다름없는 수신료로 제작되는 공영방송 KBS의 프로그램이나 영리추구에 더 민감할 수 밖에 없는 SBS의 프로그램이나 큰 차이를 느낄 수 없는게 현실이다. 

그런데 이런 우민화 문제가 방송만의 문제일까?. 거의 모든 미디어가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국민들 바보만들기에 동원되고 있는건 아닌지. 또 포털 사이트의 인기 검색어와 우민화 책략을 한 묶음으로 보는건 견걍부회일까?

 현재 뉴스의 유통이나 확산구조를 살펴보면 그 심각성의 깊이는 더 해진다. 전날 밤 방송에서 쏟아낸 연예인의 잡담, 악취나는 막장 드라마의 대사나 장면 등 온갖 것들이 실시간 인기 검색어라는 이름표를 달고 포털뉴스에 등장한다. 그러면 뒤를 이어 거의 모든 매체들이 달라붇어 이 인기 검색어를 확대 재생산한다. 이 확대 재생산된 뉴스는 SNS를 타고 또 퍼저나간다.

이런 현상에 대해 시사인 라이브는 '언론 네이버 개평에 중독되다'라는 제목의 분석기사를 통해 "언론은 국내 포털 시장을 과점한 네이버가 여론 시장과 광고 시장에서 벌어들이는 몫의 일부를 떼어서 던져준 ‘개평’에 중독되었다."라며 "지난 10년간 언론의 ‘네이버 중독’이 낳은 가장 무서운 일은 바로 대중의 뉴스 소비 양식을 바꾼 것이다."며 포털의 뉴스 서비스 폐해를 지적한다.
 

실제로 지난달 31일 꽤 오랜 시간 네이버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상위권에 노출된 '이서진'을 보면  조선-동아일보는 물론 대한민국 거의 모든 매체들이 달라붙어 400여건의 기사를 쏟아냈다. 과연 몇몇 연예인이 방송에 나와 한 잡담수준의 이야기가 전국민이 알아야 할 만큼 중요한 가치를 담고 있는가?
오늘(2일)은 또 어떤가? '이서진 현상'이 이름만 바뀌어 '하연수 현상'으로 되풀이 되고 있다. 

시사인 라이브는 "포털 사이트를 통해서 뉴스 서비스가 시작되면서, 예전에는 신문 구석의 해외 토픽 꼭지에 ‘세상에 이런 일이’ 정도로 조그맣게 실려야 마땅했던 각종 엽기적인 사건이나 연예인의 시시콜콜한 일상사를 마치 전 국민이 알아야 할 중요한 보도인 것처럼 하루에 1000만명 이상이 들락거리는 포털 사이트의 첫 화면을 장식하게 되었다. 네이버가 선도한 이런 ‘전 국민 우민화 프로젝트’에 언론의 사명 따위야 던져버린 지 오래인 보수 언론이 가세했고, 단돈 1원이 아쉬운 진보 언론이 슬며시 편승한 결과가 바로 뉴스 소비를 일종의 자극적인 엔터테인먼트로 바꿔버렸다"고 분석한다. 

대한민국 언론환경의 참담한 현실이 아닐 수 없다.
김누리 교수는 "어디에서도 우리 사회가 다다른 참담한 현실과 국가가 처한 냉엄한 상황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고민은 찾아볼 수 없다. 그곳은 정치적인 것, 사회적인 것이 완전히 소거된 탈역사의 공간이다. 세계와 사회를 인식하고, 역사와 시대를 성찰하는 지성의 공간은 오늘날 한국 텔레비전에는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지적한다. 

세월호 참사가 물어 온 저널리즘의 역할.
시대가 바뀌어 뉴스의 유통채널이 다양화 되고, 웹의 시대를 넘어 앱의 시대로 가고 있지만 분명 대한민국 언론환경의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 진지한 성찰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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