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맛’에 맞지 않으면 언제라도 내쫒기는 현실속에서 중책을 맡고 선임된 CEO들이 과연 소신을 갖고 회사 정상화를 위해 뛸 수 있겠느냐는 불만의 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김연신 성동조선해양 사장이 취임 1년2개월 만인 지난달 30일 돌연 사표를 제출했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출자전환 지연에 따른 책임이 이유로 꼽히고 있다. 김 사장 사임 후 성동조선해양은 기다렸다는 듯 2일 이사회를 갖고 후임 대표에 정광석 생산총괄 사장을 선임했다.<관련기사 23면>
출자전환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데다 활발한 수주로 기업회생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김 사장의 사직은 다소 의아한 측면이 있다. 특히 김 사장의 사직으로 조직 분위기가 침체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회사에 혼란을 주지 않기 위해 곧바로 후임 대표를 선임했다고 하지만, 이미 짜여진 각본에 따라 진행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채권단의 이런 태도에 대해 '월권'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채권단이 원할한 구조조정을 명목으로 외부 인사를 CEO로 내려보내지만, 사실상 '얼굴 마담'을 앉혀 놓고 배후에서 조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STX조선해양 사건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9월 채권단은 기업회생절차가 진행중이던 STX조선해양에 강덕수 회장과 신선호 사장의 동시 사임을 요구했다. STX그룹이 채권단 관리에 들어갈 경우 강 회장에게 기회를 줄 것이라던 당초 예상을 완전히 뒤집은 것이다.
또한 채권단은 회사 새 대표에 박동혁 대우조선해양 부사장 추천했다. STX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 노조가 모두 반대하는 가운데에서도 밀어 붙였던 채권단의 의도는 부담을 견디지 못한 박 부사장의 자진 사퇴로 무산됐다.
실제로 채권단은 박 부사장 본인은 물론 그가 속한 대우조선해양 경영진들에게도 충분한 설명 없이 STX조선해양 대표로 갈 것을 요구한 것이 뒤늦게 밝혔졌는데, 채권단의 밀어붙이기식 코드인사의 자충수로 회자되고 있다. 비워있던 STX조선해양 대표 자리는 1974년부터 1976년까지 산업은행(STX조선해양 주 채권단)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는 정성립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선임됐다.
채권단의 '강압'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성동조선해양과 STX조선해양 모두CEO 교체 사실을 회사측 임직원마저 뒤늦게 알게됐다는 것이다. 성동조선해양 관계자는 “김 사장의 사의표명을 31일 언론보도를 통해 알게 됐다”면서 “사임에 대한 직접적인 이유는 전혀 알 길이 없다”고 말했다.
특히 채권단은 스스로 선임한 대표들마저 자신들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을 경우 약점을 들춰가며 흠집을 내기 일쑤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각 회사의 대표들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나는 사례가 적지 않다”며 “채권단은 관리중인 회사의 CEO가 자신들의 요구에 순응하지 않으면 필요자금 결재 등을 미뤄 회사를 곤경에 빠뜨린 후 결국 CEO를 교체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채권단이 관리회사 통제 수단으로 결제 거부와 예산 삭감은 인사권과 함께 가장 많이 활용한다"면서 "채권단이 진실로 회사 정상화를 원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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