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하의 갤럭시노트] “할 일없어 팬질하는 줄 아나” 팬들, 소비자 권리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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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6-03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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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프터스쿨 [사진 제공=플레디스]

아주경제 김은하 기자 = 오래전부터 팬과 스타의 관계는 참 신기한 것이었다. 대중에게 ‘간택’ 받은 소수의 연예인만이 스타가 되고, 대가를 지불하며 스타를 소비하는 것은 팬임에도 불구하고 팬은 언제나 을처럼 보였다. 코 묻은 돈으로 CD를 사는 것부터 시작해서 수백만, 수천만 원의 선물을 안기는 것까지…팬들의 사랑에는 한계란 없는 듯했지만 그럼에도 그들은 종종 스타에게는 물론이고 스타의 매니저에게까지 홀대받아야 했다.

‘손님은 왕이다’라는 말의 반례였던 팬들이 ‘소비자의 권리’를 찾으려는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최근 불거진 ‘애프터스쿨 사태’를 통해서다. 애프터스쿨 소속사 플레디스는 26일 MBC 특집프로그램 ‘아이돌풋살월드컵’ 녹화를 앞두고 몇몇 팬카페에 애프터스쿨을 위한 현수막을 제작해 현장을 찾아줄 것을 ‘요구’했다. 촉박한 시간에도 불구하고 내가 좋아하는 스타가 기죽을까 부랴부랴 준비해 현장을 찾은 팬들은 막차시간이 지나도록 멤버들의 녹화가 끝나기를 기다렸지만 이미 애프터스쿨은 다른 녹화를 위해 현장을 떠난 후였다.

언제나 그들의 편일 것 같았던 팬들은 따끔했다. “얼굴 한번 보려 먼 길 달려온 팬들을 위해 멤버들은 단 몇십 미터도 움직이지 않았다, 소속사도 아무런 사전공지를 하지 않았다”면서 “팬들이 할 일없이 멤버들을 보러 올 수 있는 한가한 사람들이 아니다”라고 분개했다. ‘409TIME’ ‘퍼시픽오션’ ‘블링블링주연’ ‘칠혜린닷컴’ ‘올어바웃나나’ ‘리지엔돌핀’ ‘가은아닷컴’ ‘애프터스쿨팬닷컴’ 8개의 팬카페가 연합해 보이콧을 선언과 함께 사이트를 잠정폐쇄했다.

그간 쌓였던 분노도 표출했다. ▲매니저의 팬 폭행‧멤버 과잉보호 ▲선물 전달 오류와 횡령 ▲지각으로 인한 이벤트 조기 종료‧무산 등 그간의 만행도 도마 위에 올랐다.

팬연합은 ▲국내팬과 아티스트의 소통의 장 마련 ▲현장을 통솔하는 매니저 태도 개선 ▲선물·서포트의 정확한 전달 보장 등을 요구했다. 팬들이 단체적으로 소속사나 연예인에게 잘못을 지적하고 개선을 요구하는 것은 아주 드문 일이다.

이번 사태 전에도 팬이 부당한 대우를 받는 일은 비일비재했다. 자고 일어나면 신인이 데뷔하고, 수많은 신인 중 소수의 스타를 만드는 것은 팬임에도 몇몇 스타는 오만방자했고 소속사는 기고만장한 경우가 왕왕 있었다. “우리 오빠의 이미지에 금이 가면 안 되니까”라며 항상 설움을 참아냈던, 을을 자처한 팬들의 당당한 목소리가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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