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손봉환 기자 = 상수관망 최적관리시스템 구축사업을 성공적으로 완성해 땅속으로 새는 수돗물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깨끗한 수돗물을 만드는데는 약품비·전기료·인건비 등 국민의 세금이 들어간다. 물을 깨끗하게 만드는데 드는 100t의 수돗물을 만들어도 수도꼭지에서는 50t만 나오는 경우가 허다하다. 절반 가량 버려지는 셈이다.
필요한 물이 50t인데 우리의 세금으로 100t 또는 150t을 만들어야 한다.
업계 전문가는 “수돗물이 수도꼭지에서 콸콸 잘 나오기만 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우리가 낸 세금이 땅속으로 콸콸 새어나가고 있다면 얘기는 달라진다"고 지적했다.
◆ 국고지원의 상수관망 최적관리시스템 구축사업 추진 중단
지난 3~4년간 정부는 '지방상수도 상수관망 최적관리시스템 구축사업'을 추진해 왔다. 이 사업은 3개 이상의 지자체를 통합해 전문기관에 수도시설 운영을 맡기면 국가에서 보조금을 주는 방식이다.
국가에서는 수도시설 운영 효율성이 높아지고 땅속으로 새는 물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사업이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장려했다. 국가 보조금은 지자체마다 차이는 있지만 최고 98억원에 달한다.
충남서부지역 지자체들도 수자원 전문 공기업인 K-water와 2010년 2월부터 공동 추진했다. 사업추진 당시 유수율이 예산군 54%, 태안군 58%, 청양군 65% 등 매우 낮은 상태였다. 하지만 지역 시민단체들의 반대로 결국 사업이 중단됐다.
◆ 지자체에서 자체적으로 추진한다고는 하지만
최근 '상수관망 최적관리시스템 구축사업'을 일부 지자체에서 자체적으로 추진 중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과연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우선 '상수관망 최적관리시스템 구축사업'은 담당자의 역량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축적된 기술이 없는 지자체가 시스템만 구축하고 담당자에 대한 역량강화 없이 추진할 경우 그동안 여러 형태의 유수율 제고사업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또 앞으로 매년 수십억원씩 수년간 투입해야 하는데, 지자체의 어려운 재정여건도 고려해야 한다. 수도관이 땅속에 있어 예산을 투입해도 가시적인 효과가 바로 나타나지 않은 이 사업에 지속적으로 많은 예산을 투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또 과거 지자체 사례를 보더라도 자체적으로 유수율 제고사업이 성공하기 힘들다고 주장한다. 이전에 몇몇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유수율 제고사업을 추진했으나, 예산부족문제나 유수율이 오르지 않는 문제로 많은 어려움을 겪은 바 있기 때문이다.
◆ 이제라도 전문기관 기술 활용해야
전문가들은 지금이라도 전문기관의 기술 활용이 절실하다고 주장한다.
다른 지역에 비해 수자원이 한정된 충남서부지역은 식수를 오로지 보령댐 물에 의지하고 있다. 보령댐이 혹시라도 바닥을 드러내면 물을 취수할 딱히 다른 방법이 없다.
보령댐을 식수원으로 하는 충남서부 지자체들은 2012년 기준로 연간 1481만t이 매년 땅속으로 물이 새어나가고 있다. 이는 수돗물 생산원가 기준으로 206억원에 달한다.
업계 전문가는 "충남서부지역의 물사정을 감안할 때 상수관망 최적관리시스템 구축사업은 당연히 추진돼야 하나 지자체에서 자체사업으로 추진해야 하는 지에 대해서는 제고의 여지가 있다"며 "타 시단위 지자체가 성공을 거두고 있지 못한 상황에서 자체사업으로 추진하는 것은 실패의 확률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문기관과 손잡고 전문기관의 노하우를 컨설팅 받는 등의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시상수도사업본부는 최근 경영컨설팅을 받고 있다. 상수도 유수율 향상을 위한 기법 뿐만 아니라 최적의 상수관망 시스템 구축방안이 과업내용에 포함돼 있다. 미국 뉴욕시도 비슷한 것을 전문업체와 손잡고 운영효율화를 시도하고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제대로 유수율을 높이려면 다른 지자체 사례를 본받아 전문기관의 노하우를 활용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며 "물 서비스가 경제적 능력이나 사회적 지위에 관계없이 모든 국민에게 제공해 공평하게 행복을 누릴 수 있게 하자는 뜻의 '물복지'는 땅속에 버려지는 물을 줄이는 것에 시작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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