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한준호 기자 = 유럽을 방문 중인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중·동유럽의 방위력 강화를 위해 군사비를 최대 10억 달러 추가 지출할 방침을 밝혔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를 통해 미군을 유럽에 증강하는 것으로 러시아에 대한 군사위협에 대항하기 위해서 취하는 조치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중·동유럽 국가들도 군사 증강으로 움직일 것으로 보여 러시아를 파트너로 삼아 온 냉전 종결 후의 유럽 질서의 전환이 선명해질 것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방문한 폴란드는 1989년 6월에 부분적인 자유선거를 실시해 동유럽에서도 가장 빨리 소련의 종속을 벗어났다. 이를 축하하기 위한 오바마 대통령의 폴란드 방문으로 우크라이나 사태로 러시아에 대한 경계감이 높아진 상황에서 이루어졌다.
또 브로니스와프 코모로프스키 폴란드 대통령과 회담 후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중·동유럽에 대한 미군 주둔 규모를 늘릴 것”이라고 언급했다.
현재 미국은 유럽지역에 약 67000 명의 미군을 주둔시키고 있다. NATO의 군사연습과 훈련을 강화하기 위해 인력 규모를 늘리고 흑해와 발트해에 대한 미군 함정의 파견 규모를 확대한다. 또 우크라이나 등에 대한 지원체제도 강화한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이 요청한 군사비 10억 달러는 주로 주둔 비용에 사용된다. 러시아와 대치하고 있는 친미 유럽국가들에 대한 군사력 지원이 냉전 후 느슨해진 ‘대 러시아 포위망’을 더욱 강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 후 2009년에 폴란드의 미사일방어(MD) 도입을 연기하는 등 러시아에 대한 배려와 관계 개선을 위해 움직이기도 했다. NATO도 러시아에 대한 협력을 앞세우며 “러시아는 적이 아니라 전략적 파트너”라고 언급했던 시기가 있었다.
그러나 지난 3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남부 크림반도 강제 합병을 계기로 NATO는 대 러시아 협력을 중단하고 미군의 중·동유럽에 대한 군사력 증강이라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는 향후 오바마 정권의 대외정책의 전환을 의미한다고 이 신문은 분석했다.
미국은 이 지역 뿐 아니라, 동북아, 중동지역의 안전보장 문제에도 신경을 써야 하기 때문에 NATO 가맹국에 대해 군비 증강을 위해 결단을 해달라고 호소해왔다.
이런 미국의 호소에 가장 먼저 호응한 나라가 폴란드로 코모로프스키 대통령은 “군사비를 늘리겠다”고 단언했다.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방위비 비율을 2%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GDP의 2%는 NATO가 가맹국에 요청하고 있는 방위비 비율이다.
한편, 천연가스의 절반을 러시아에 의존하는 중·동유럽 국가는 러시아와의 가스 수입 교섭에서 향후 EU가 창구가 되어 교섭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해 오바마 대통령은 "에너지 자원의 다양화 방법에 대해 논의하고 싶다"고 언급해 에너지 안전보장이라는 관점에서 동유럽의 러시아산 천연가스의 의존도를 낮출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 "미국은 수년 이내에 보다 많은 천연가스를 세계 시장에 수출할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셰일 가스를 통한 유럽의 에너지 안전보장에 공헌할 뜻이 있음을 밝혔다.
한편 우크라이나를 친유럽 진영으로 포섭하기 위한 움직임도 활발하다. 코모로프스키 폴란드 대통령은 3일 밤에 우크라이나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된 포로셴코 차기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EU와의 관계 강화를 요청할 계획이다.
이처럼 미국과 중·동유럽이 안전보장정책 측면에서 결속하고 러시아에 대항하는 자세를 보이면서 EU와 러시아의 관계 개선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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