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홍기섭 취재주간은 "개표방송은 선거기획단장과 보도본부장이 급히 요청해 받아들였지만 차마 번복할 수 없었던 점 양해바랍니다. 개표방송은 공영방송의 중요한 책무라는 소신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개표방송을 마지막으로 보직사퇴하려 한 저의 뜻을 헤아려주시기 바랍니다"고 밝혔다.
이어 길환영 사장에게 "국민의 방송 KBS를 지켜주십시오. 무언가를 꼭 쥔 두 손으로는 아무 것도 잡을 수 없습니다. KBS 정상화라는 더 절박한 것을 갖고 싶다면 먼저 손에 쥔 것을 놓아야 합니다. 사장님의 용단을 간절히 기다립니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홍기섭 취재주간은 4일 오후 6시부터 시작된 개표방송을 마지막으로 보직사퇴했다. 개표방송에서는 가슴에 '방송독립'이라고 적힌 뺏지를 달고 나왔다.
-다음은 홍기섭 취재주간 보직사퇴 공식입장 전문-
저도 이제 보직을 내려놓으려 합니다. 임명된 게 지난 5월 13일이니 딱 3주가 지났군요.
격동의 87년이라고 하죠. 27년전인가요. 수습꼬리를 채 떼기도전에 14기 동기 기자들이 공정보도를 외치며 농성하고 대자보를 써붙인 일로 모두가 지방으로 쫒겨난 적이 있었지요. 그 때도 여기자 2명은 제외됐는데 이번에 동료 김혜례 부장이 아무 연고도 없는 광주로 발령이 났습니다. 어느 총국장은 업무복귀 호소문에 동참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부임 5개월도 안돼 보직을 박탈당했습니다.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인사폭거입니다.
사장님께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저는 지금까지 어느 누구나 어느 세력편에도 선 적이 없는 중간인,회색인으로 살아왔습니다. 오직 당당하고 떳떳한 보도만을 꿈꿔온 기자일뿐입니다. 후배들도 저와 다르지 않습니다. 좌파노조나 기자 직종 이기주의란 말은 거두어주십시오. 협회나 노조가 정치세력화한다니요. 해서는 안되는 말입니다. 그렇게 규정하면 사장님 편에 설 사람이 밖에서 몇명 늘어날지 모르지만 스스로 KBS의 정체성을 부정하고 기자들을 모욕하는 위험한 발언입니다.
이제 홀가분해졌습니다. 보도본부 국장단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후배동료의 지방발령인사가 취소되지 않는 상황에서 더이상 설자리도 할 일도 없어졌기 때문입니다. 두번째 본부장마저 붙잡지 못하고 떠나는 상황에서 제가 어떻게 자리를 지킬 수 있겠습니까. 너무 염치없는 짓이지요. 후배 부장,팀장들을 무책임하다고 질타했던 제가 그들 편에 서는 건 결코 쉽지 않은 결정이었습니다. 자리에 연연해서가 아닙니다. 9시뉴스만은 지켜야 한다고 했던 제가 그 사명감을 잠시 내려놓는건 더더욱 고통스러웠습니다.
후배 여러분께 한마디 드립니다. 개표방송은 선거기획단장과 보도본부장이 급히 요청해 받아들였지만 차마 번복할 수 없었던 점 양해바랍니다. 개표방송은 공영방송의 중요한 책무라는 소신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개표방송을 마지막으로 보직사퇴하려 한 저의 뜻을 헤아려주시기 바랍니다.
사장님, 국민의 방송 KBS를 지켜주십시오. 무언가를 꼭 쥔 두 손으로는 아무 것도 잡을 수 없습니다. KBS 정상화라는 더 절박한 것을 갖고 싶다면 먼저 손에 쥔 것을 놓아야 합니다. 사장님의 용단을 간절히 기다립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