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재영 기자 = 삼성전자가 인도에서 현지 모바일 기업들을 상대로 고군분투하고 있다.
가격파괴 전략을 구사하는 현지 기업에 맞서, 프리미엄 고집을 버리고 현지 맞춤형 저가 라인업을 확대하는 등 삼성전자의 유연한 전략이 먹히고 있다는 분석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통신시장이 세계 두 번째로 큰 인도에서 삼성전자가 현지 기업의 거센 도전을 뿌리치고 1위를 수성하고 있다. 지난해 인도 기업에 밀려 점유율이 감소했지만 올 1분기 만회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인도 스마트폰 시장에서 34.3%의 점유율을 기록, 그 전년(42.5%)에 비해 8.2%포인트 감소했다(IDC 조사). 그 뒤를 추격하는 인도 업체 마이크로맥스는 지난해 17.7%로 전년(7.7%)보다 10%포인트나 증가했었다.
그런데 올 1분기엔 삼성전자가 35%로 점유율이 소폭 증가한 반면, 마이크로맥스는 15%로 후퇴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말부터 인도 시장을 정조준한 보급형 제품을 속속 출시하면서 그 효과를 본 것으로 풀이된다.
◆ 마이크로맥스, 약삭빠른 전략
마이크로맥스는 지난 5년 동안 500배 성장의 기염을 토한 모바일업계 돌풍의 주인공이다. 인도 스마트폰 시장에서 노키아를 제치고 2위로 자리매김 했으며, 세계에서도 11위로 등극해 HTC나 모토로라, 블랙베리보다 우위를 차지했다.
이러한 마이크로맥스는 효과적인 저가 전략을 쓰고 시장트렌드를 읽는 안목도 뛰어나다는 평을 받는다. 일례로 이 회사는 R&D 비용을 없애고 삼성 등 기존 모델의 기술을 활용해 타사 모델 1/4 수준의 가격을 책정했다. 또 타 회사들이 3.5인치~5인치 스크린 등 다품종 소량 생산해온 것과 달리 4.9인치~5인치에 집중 투자해 인도 안팎의 해당 스크린 선호 효과를 봤다.
◆ 삼성전자, 능수능란한 대응
마이크로맥스의 돌풍에 밀려 삼성전자도 지난해 주춤했지만 곧바로 과감한 전략 수정을 통해 올해 흐름을 바꾼 것이 주목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인도시장 맞춤형으로 10만원대의 최저가 제품인 갤럭시 스타 프로와 갤럭시 S 듀오스 2를 잇따라 출시, 이는 곧 매출 확대로 이어졌다. 올 1분기 인도 매출 상당부분이 이들 보급형 제품에서 나왔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또 현지 시장의 스크린과 가격 선호도를 동시에 충족하는 5.25인치 보급형 스마트폰 갤럭시 그랜드2도 출시했다. 인도 스마트폰 성장을 5인치 이상의 패블릿이 주도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맞춤 전략으로 보인다.
이밖에도 갤럭시S5의 경우 인도에서는 할인 쿠폰을 통해 소비자와의 가격 눈높이를 맞추고 있다. 갤5의 할인 쿠폰 행사가 삼성 인도 e스토어의 메인화면을 장식하는 등 세밀한 마케팅이 돋보인다.
◆ 중국·인도 홈팀 득세에 삼성 긴장
한편, 최근 삼성전자 인도법인의 경영자였던 비닛 타네쟈가 마이크로맥스의 CEO로 선임돼 양사의 대결 구도에 더욱 관심이 쏠린다. 마이크로맥스는 최근 팬택도 인수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세계 시장에서도 만만찮은 경쟁자로 부상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인도 스마트폰 시장은 1분기 출하량 성장률이 186%에 달해 31%에 그친 중국을 뛰어넘었다. 뿐만 아니라 인도 스마트폰 침투율은 여전히 10% 정도에 머물러 앞으로의 성장 잠재력이 크다.
이러한 인도시장에서 1위 삼성을 좇는 2~4위 업체는 마이크로맥스, 카르본, 라바로 모두 현지 업체들이다. 중국에서 레노버, 화웨이, ZTE가 자국 수요를 바탕으로 고속성장한 것과 비슷한 양상을 보이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이들 현지 업체들과 보급형 모델 싸움을 계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 전문가는 “많은 제조사들이 계속 저가의 스마트폰 모델을 출시해 피처폰과의 가격 차이가 줄고 있다”며 “가격에 민감한 인도 소비자들이 스마트폰으로 대량 이주하는 현상이 앞으로도 지속되며 제조사간 가격경쟁이 치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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