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 그룹의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와 현대차를 제외하고, 비금융 계열사들로만 비교할 경우 이미 매출 규모면에서 우열을 가리기 힘들만큼 근접했으며, 지난해에는 수익성 면에서 현대차그룹이 처음으로 삼성그룹을 앞질렀다. 특히 직원 1인당 매출액과 영업이익에서는 이미 현대차그룹이 삼성그룹을 상당 수준 앞지른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삼성전자 의존도’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는 삼성그룹의 딜레마를 드러낸다. 반면 현대차그룹은 전체 매출에서 현대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30% 이하일 만큼 다른 계열사들의 역량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8일 본지가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가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대규모기업집단현황보고서를 토대로 금융과 양 그룹의 대표기업(삼성전자, 현대차)과 금융 계열사를 제외한 나머지 비금융 계열사들을 모아 실적을 집계·비교한 결과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현대차그룹이 6.45%로 4.12%에 머문 삼성그룹보다 높았다. 2011년 현대차그룹이 매출액에서 삼성그룹을 추월한 적이 있지만, 영업이익률에서 앞선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다.
전체 실적에서는 여전히 삼성그룹이 비교 우위에 놓여있지만 직원 1인당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2009년부터 현대차그룹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현대차그룹 직원 1인당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2억8032만원, 8252만원으로 삼성그룹의 8억3164만원, 3428만원을 큰 차이로 따돌렸다. 현대차그룹은 2009년 영업이익에서 삼성그룹에 뒤졌을 뿐 지난해까지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삼성그룹과 격차를 벌려왔다. 강성노조로 불리며 노사갈등이 상시화 되고 있는 현대차그룹이 무노조 체제와 철저한 생산관리를 자랑하는 삼성그룹을 압도하고 있는 것이다.
적어도 대표기업을 제외한 비금융 계열사들만의 수익을 놓고 봤을 때, 현대차그룹이 출범 14년 만에 삼성그룹을 따라잡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현대차그룹의 약진에 삼성그룹이 밀리는 양상을 보이는 배경에는 수직 계열화에 있어 양 그룹에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전자에 초점을 맞춘 삼성그룹의 수직계열은 정점이다. 삼성디스플레이와 삼성전기, 삼성SDI 등은 유일하게 완제품 생산을 담당하는 삼성전자에 부품을 공급함으로써 삼성전자의 정책에 큰 영향을 받는다.
반면, 현대차그룹에는 완제품 생산 계열사가 현대차 이외에 기아자동차, 현대로템, 현대위아 등이 있다. 이러니 현대모비스와 현대제철, 현대하이스코 등은 상대적으로 다양한 인하우스 고객을 확보하고 있어 매출 다변화가 용이하다.
반면 현대차그룹의 현대차 비중은 같은 기간 35.61%에서 27.72%로 오히려 낮아졌다. 이는 스마트폰과 TV시장 성장세가 둔화될 경우 삼성그룹에 미치는 영향이, 자동차 판매 부진으로 인해 현대차가 입는 피해보다 더 클 수 있다는 얘기다.
금융 계열사간 경쟁도 눈여겨봐야 한다. 자산 등 규모에서는 미약하지만 현대차그룹 금융 계열사들의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9.41%로 삼성그룹의 4.13%의 2배에 달했다. 이러한 격차 또한 2009년부터 이어지고 있다.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 모두 각각 경영권 후계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는 분위기다. 이건희 회장이나 정몽구 회장 모두 자식에게 물려줄 그룹의 역량이 한 기업에게만 쏠리는 것을 원치 않는다. 다양한 부문에서 1등 경쟁력을 가져야 만 후대에도 그룹의 발전성이 높기 때문이다.
재계 전문가들은 향후 후계구도의 완성은 어떻게 계열사들의 경쟁력을 대표기업 수준으로 끌어올리는가에 달려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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