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명불허전 장진 감독이 만들면 ‘하이힐’은 차승원 것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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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6-08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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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하이힐' 포스터]

아주경제 권혁기 기자= 명불허전이다. 영화 ‘하이힐’(제작 장차)로 돌아온 장진 감독이 하이힐을 차승원의 것으로 만들었다.

영화 시사회 전, 장진 감독이 새로운 도전을 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장진 감독 특유의 웃음기를 뺀 누아르물이라는 얘기에 ‘장진 감독의 웃음코드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괜찮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우였다. 장진 감독의 장점에 누아르가 더해지니 ‘하이힐’은 ‘감성 누아르’라는 장르로 태어났다.

장진 감독과 차승원은 ‘아들’ 이후 6년 만에 다시 만나 의기투합했다. 장진 감독은 ‘하이힐’의 시나리오를 쓰며 차승원을 생각했고, 차승원은 장진 감독의 권유에 응답했다.

‘하이힐’은 진한 남자의 냄새를 풍기는 형사 지욱(차승원)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완벽한 남자로서 거대 범죄 조직 사이에서도 전설로 회자되는 지욱은 여자가 되고 싶은 욕망을 감춘 채 살아간다. 범죄자지만 지욱을 경외하던 조직의 2인자 허곤(오정세)은 그와 친구가 되고 싶어하지만 그의 비밀을 알고 경악한다.
 

[사진=영화 '하이힐' 스틸컷]

당연한 얘기지만 ‘하이힐’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이 지욱이다. 주인공이라서가 아니라 거친 남성성 내면에 감춰진 여성성을 표현할 수 있는 배우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차승원은 완벽한 지욱이었다. 여장이 잘 어울려서가 아니다. 평생 ‘강한 남자’로 살아오던 지욱이 하이힐을 신고 뒤뚱거리는 모습. 힘들게 ‘진짜 자아’를 숨겨오다 처음으로 립스틱을 바르며 자신의 성정체성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여성처럼 고운 선을 가진 배우가 아닌 차승원이 연기했기에 느낄 수 있었다.

찌질한 악당 허곤의 오정세도 영화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자칫 무겁고 부담스러울 수 있는 주제 사이사이에 웃음을 불어넣으며 숨통을 틔웠다. 장진 감독의 유머코드에 딱 맞는 연기를 뽐내며 장 감독의 차기작 출연도 기대하게 만들었다.
 

[사진=영화 '하이힐' 스틸컷]

충무로 블루칩 고경표(김진우 역)와 이솜(장미 역) 또한 제 역할을 톡톡히 했다. 어떤 역할이든 자신만의 캐릭터로 만드는 고경표와 자연스러운 연기가 매력인 이솜은 차승원을 완벽하게 조력했다.

카리스마 하면 떠오르는 1순위 배우 박성웅(홍검사 역)의 열연도 눈길을 사로잡았다.

스위스 정신의학자이자 심리학자인 카를 구스타프 융은 남성과 여성 안에 있는 다른 성(性)적 요소를 아니마(Anima)와 아니무스(Animus)라고 표현했다. 남성 안에 있는 여성성을 아니마, 여성 안에 있는 남성성을 아니무스라고 지칭했다. 모든 인류에게는 아니마와 아니무스가 공존하고 둘 중 하나가 더 표출이 되느냐가 문제라는 것이다.

어떤 계기가 필요하다고 ‘하이힐’은 말한다. 성정체성이 흔들려 수술까지 생각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동성(同性)에게서 느끼는 ‘자기도 어쩔 수 없는 특별한 감정’ 때문이라고 한다. ‘하이힐’은 세상의 편견에 부딪혀 살아가며 상처와 갈등, 고통을 겪는 한 인간의 감정을 담아냈다. 청소년관람불가로 전국 상영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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