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리뷰] 꼭 볼 영화에 이게 없다면, 예매하자 '창문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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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6-09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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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스틸컷]

아주경제 홍종선 기자 = 책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은 루게릭병으로 죽음을 앞둔 저명한 사회학 교수 모리 스워츠가 제자 미치 앨봄에게 전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죽음을 통해 삶의 아름다움을 일깨우는 감동, 인생의 면면에 대한 노학자의 탁월한 식견이 주는 울림은 실로 대단하다. TV 예능프로그램 '꽃보다 할배' 속 할아버지들은 평균 72세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는 활력과 유머감각으로 세상 사람들의 입가에 웃음을 선사했다.

영화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에는 모리에 못잖은 감동과 울림, 꽃할배 이상의 재미가 있다.

먼저 재미부터 얘기해 볼까. 100세 생일에 요양원 창문을 넘어 도망친 알란(로버트 구스타프슨)은 우연히 갱단의 돈가방을 손에 넣게 된다. 한국영화 '돈을 갖고 튀어라' 이상의 추격전을 가능케 한 로버트 구스타프슨의 뻔뻔하고도 태연한 연기(50세 나이에 두 배인 100세 노인을 천연덕스럽게 연기) 구경으로도 통쾌한데, 조막만한 눈뭉치가 굴러 집채만한 눈덩이가 되도록 재미를 점점 키우는 플렉스 할그렌 감독의 연출력만 해도 놀라운데, 쫓고 쫓기는 추격자 영화 중간 중간에 끼어드는 알란의 '대단한 이력'이 예상치 못한 즐거움을 준다.

[사진=영화 '창문을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스틸컷]

스페인 내전에서 파시스트 보스 프랑코의 목숨을 구하고, 미국의 원자폭탄 개발 맨해튼 프로젝트의 치명적 결함을 해결하고, 미국과 소련의 이중스파이가 되어 베를린 장벽을 무너뜨리는 데 일조한 20세기의 산 증인 알란 카손. 20세기 냉전시대의 영웅담이 박장대소를 부르는 건 이 모든 일이 말 그대로 '어쩌다가' 해 낸 업적(?)이라는 사실이다.

소년 알란은 어려서부터 폭탄 제조를 좋아했고, 실수로 바람난 식료품점 주인을 사망케 한 죄로 정신병원에 감금됐는데, 그곳에서 행해진 생체실험에서 '남성성'을 잃은 대가로 병원에서 풀려난다. 세상으로 나온 '2% 부족한' 그가 살아가는 방법은 자신이 좋아하는 폭탄의 꽁무니를 따라다니는 일, 그리고 도움을 청하는 이의 부탁을 거절하지 않는 것, 그리고 기왕 하는 일 열심히 하는 자세를 유지하는 것. 영악해진 우리가 잊었을 뿐, 어쩌면 삶의 기본일 수 있는 태도가 가능케 한 일들이 20세기의 중요 대목들에서 역사를 바꿨다.

그래도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의 최고 재미는 무서운 추격자를 '물 먹이는' 도망자 할배 알란의 활약이다. 그리고 거기에 또 '어쩌다가' 가담하는 아웃사이더 3인의 독특한 캐릭터가 흥미를 돋운다.

감동과 울림은 그렇게 한참을 정신없이, 보니와 클라이드가 되어 '세상 밖으로' 내달리는 할배와 친구들을 보며 105분쯤을 웃다 보면 찾아온다.

[사진=영화 '창문을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스틸컷]

하나를 공부하다 보면 또 다른 걸 모른다 싶어 전공을 바꿔 가며 대학을 다니느라 나이만 먹었을 뿐 아직도 진로를 결정하진 못한, 진중하다 못해 소심한 남자 베니, 그리고 그를 사랑하게 된 코끼리 키우는 씩씩한 여자 구닐라. 인도 발리의 아름다운 에머랄드빛 바다와 수영복 차림의 그녀, 사랑할 조건은 충족됐건만 여전히 망설이는 베니를 처음부터 아무 조건 없이 알란을 돕기 시작했던 '젊은' 할아버지 줄리어스가 걱정한다.

그리고…, 알란이 베니에게 '어떤' 말을 건네고, 표정이 바뀐 베니는 구닐라를 향해 하얀 모래를 밟는다. 한 세기를 꽉 채워 100년을 산, 그것도 100세가 돼도록 패기와 유머를 더해 온 현인이 들려주는 그 말은 무엇이길래 베니에게 사랑할 용기, 삶의 열정을 가능케 했을까. 오늘도 이런저런 선택에 주저하는 당신이라면, 창문을 넘어 진정한 삶을 찾아간 100세 노인 알란이 전하는 금언을 꼭 들어볼 필요가 있다. 6월 19일 개봉일에 맞춰 예매를 서두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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