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아름다운 패배였다. 새정치민주연합 김부겸 전 의원은 지난 4일 치러진 6·4 대구시장 선거에서 지역주의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 지난 2012년 총선(대구 수성갑)에 이어 두 번째 패배다.
하지만 김 전 의원의 도전은 끝나지 않았다. 지난 총선 당시에도 선거 패배 직후 수도권으로 턴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많았지만, 그는 여권 텃밭인 대구를 지켰다.
그리고는 또다시 야권 인사들에게 금기의 벽으로 통하는 TK(대구·경북)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 때문에 김 전 의원 앞에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수식어인 ‘바보’가 붙는다.
자신의 권력 쟁취를 위해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정치판에서 그는 돌연변이나 다름없었다.
경기 군포 지역에서 3선을 지낸 그는 연거푸 박근혜 대통령의 핵심 지지기반인 대구에서 지역구도 타파를 외쳤다. 결과는 40.3%로 낙선. 새누리당 권영진 당선자는 55.6%를 얻었다.
김 전 의원은 낙선 직후 “대구라는 벽을 다시 한 번 실감했다”며 “최선을 다했지만 부족한 점이 많았던 것 같다. 성원에 보답하지 못한 결과에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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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그는 “김부겸의 대구 도전은 무모한 것이 아니었다. 대구 시민들에게, 대한민국 국민들에게도 큰 울림을 주었다고 생각한다”며 “김부겸의 상생과 화합의 메시지는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치권 안팎에선 김 전 의원의 행보를 놓고 노 전 대통령을 떠올리는 이들이 많다.
끊임없이 부산 지역구도 타파를 위해 승부수를 던진 노 전 대통령. 그를 지지하던 이들은 노 전 대통령이 2000년 총선에서 낙선하자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를 구성했다. 노 전 대통령이 민주개혁진영의 대권 주자로 거론되기 시작한 것도 이쯤이다.
김 전 의원이 차기 야권 대선 주자로 거론되는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지역주의가 가장 견고한 대구에서 기록한 40%대의 득표율. 중앙당 선거운동을 거절한 ‘김부겸식’ 정치실험.
선거운동 당시 ‘박정희 컨벤션센터’ 건립을 공약으로 내건 유연성. ‘대통령은 박근혜, 대구시장은 김부겸’이라는 캐치프레이즈 등 외연 확장의 가능성 등이 김부겸 대안론에 힘을 싣고 있다.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9일 아주경제와의 통화에서 김 전 의원의 행보에 대해 “이번 지방선거에서 가장 안타까운 후보”라며 “당분간 휴식을 취한 뒤 다시 입지를 다지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김 전 의원의 정치 실험은 여전히 진행 중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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