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웹보드게임 규제안을 향한 게임 업계의 불만은 지나친 간섭과 규제로 업계 차원의 ‘자율 규제’를 철저하게 무시하고 있다는 부분에서 비롯된다. 여기에 모바일과 온라인의 게임 머니 연동까지 막고 있어 게임사의 고유 권한인 상품 다양화 전략 자체를 막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다만, 업계 전문가들은 웹보드게임의 사행성 부문이 이미 수차례 문제점으로 지적된바 있다는 점을 들어 게임사의 이익 추구가 아닌 자율 규제 확보와 사업 전략 다각화에 초점을 맞춰 웹보드게임 규제안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이중삼중 반복 규제, 매출 하락까지 ‘골머리’
게임업계가 반발하는 건 규제안 자체가 지나치게 강압적이고 세세하기 때문이다. 월 한도를 30만원으로 제한한 상태에서 다시 회당 게임머니 한도를 설정한 것은 규제를 넘어 웹보드게임 자체를 사실상 차단하려 한다는 주장이다.
여기에 10만원의 게임머니를 잃을 경우 24시간이나 강제적으로 게임을 금지하는 것 역시 고객의 기본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게임 상대를 무작위, 자동으로 찾아주는 ‘랜덤 매칭’을 막는 것은 게임이 가진 고유의 특성을 무시한 처사라는 반발이 심하다.
웹보드게임 규제안 이후 주요 게임사들의 급격한 매출 하락으로 인한 위기감도 심상치 않은 수준이다.
헌법소원을 제출한 NHN엔터테인먼트의 경우 올 1분기에 1521억원의 매출과 22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각각 전분기 대비 7.1%, 16.8% 하락한 수치다. 특히 PC온라인 매출이 전분기 대비 13.9% 하락한 1028억원을 기록했는데 실적 추락의 상당 부분은 웹보드게임 매출 부진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NHN엔터테인먼트측의 설명이다.
네오위즈게임즈는 지난 1분기에서 전분기 대비 1% 감소한 661억원의 매출과 전분기 대비 98% 증가한 17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표면적으로는 선방한 실적이지만 이는 해외 수출 게임의 약진이 포함된 것으로, 컨퍼런스 콜을 통해 공개된 웹보드게임 부문 실적은 매출 약 50~60%, 트래픽 약 30~40% 이상 감소한 것으로 밝혀져 심각성을 더한다.
◆모바일까지 규제? 업계 자율성 보장해야
잇단 소송을 제기한 대형 게임사들의 요구 사항은 명확하다. 무엇보다 이중삼중으로 옭매는 규제 대신 게임사들의 ‘자율 규제’를 충분히 보장하는 방향 전환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웹보드게임 규제안은 업계 스스로 문제점을 해결하는 이른바 ‘자율 규제’의 여지를 말살시킨 강압적인 법령”이라며 “정부는 전체적인 틀을 잡아주고 나머지는 업계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는 모바일과 온라인의 연동을 승인, 웹보드게임의 저변 확대를 정부 차원에서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네오위즈게임즈의 가처분소송은 웹보드게임 규제안 자체가 아닌 웹보드게임 머니의 모바일‧온라인 연동 금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모바일과 온라인이라는 디바이스의 차이만 있을 뿐 게임성이나 플레이 방식은 동일한, 사실상 같은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게임 머니의 연동을 금지하는 건 문제가 있다는 논리다.
전문가들 역시 이미 장르를 불문하고 대부분의 인터넷 게임의 주요 무대가 온라인에서 모바일로 이동하고 있는 상황에서 웹보드게임에만 예외적인 규제를 적용시키는 것은 형평성에 있어서도 문제의 소지가 많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게임 산업 전반에 걸친 일련의 규제안에 대한 반대 움직임이 대중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것과는 달리 웹보드게임 규제에 있어서는 어느 정도 필요성을 공감하는 여론은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무엇보다 웹보드게임의 경우 이미 게임머니 충전 사업을 토대로 한 이른바 불법 ‘작업장’들이 대거 적발되는 등 사행성 문제가 수 차례 제기된바 있다. 따라서 게임사의 이익 추구가 아닌 자율 규제 확보와 사업 다각화 보장이라는 측면에서 웹보드게임 규제안에 신중히 접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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