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 입원 한달…삼성, 지배구조재편작업 재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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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6-10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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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이재영 기자 =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급성심근경색증으로 입원한 지 11일로 한달째를 맞는다.

입원 기간이 장기화되고 있지만 병세는 점진적으로 호전되고 있다. 삼성그룹은 이 회장의 입원 직후에도 정상적인 시스템을 가동해왔고 이 회장이 2주만에 의식을 회복하자 그 사이 멈췄던 지배구조 개편 작업도 재개했다.

삼성서울병원측은 10일 이 회장의 상태에 대해 “손발을 조금씩 움직이고 있다”며 “수면시간을 제외하고 하루 중 눈을 뜨고 있는 시간도 7~8시간 정도 된다”고 전했다.

이 회장은 지난달 10일 밤 호흡곤란증세가 나타나 다음날 새벽 서울순천향대 병원으로 이동했고 도착 직후 심장마비가 와 심폐소생술을 받았다. 이후 삼성서울병원으로 옮겨져 심근경색증 진단을 받고 심장 관련 시술을 받은 뒤 수면상태에서 저체온치료와 진정치료를 받아왔다.

그 사이 한 때 위독설이 나돌기도 했지만, 이 회장은 지난달 25일 의식회복에 성공했다. 당시 병원측은 “혼수상태에서 회복돼 각종 자극에 반응하며, 나날이 호전되고 있다”며 “신경학적 호전 소견으로 보아 향후 인지기능의 회복도 희망적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 구조개편 계획, 어디까지 결재 났을까

삼성그룹은 이 회장의 입원 직후에도 곧바로 사장단 회의를 개최하는 등 정상적인 경영 시스템을 유지해왔다. 그 전까지 활발하던 지배구조 개편작업은 잠잠해졌지만 이 회장의 의식회복 소식이 전해진 이후 삼성에버랜드의 상장 계획 등 다시 바빠지고 있다. 이 회장이 아직 입원 중인 가운데 이같은 대규모 안건이 처리된 것을 보면 이미 예정됐던 계획이 일시 보류됐다가 다시 순차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이 입원하기 전 삼성그룹 구조개편는 매일 이슈화 되다시피 했다. 3월 31일 삼성SDI와 제일모직의 합병 결의가 이뤄졌고, 곧이어 4월 2일 삼성석유화학과 삼성종합화학의 합병안도 이사회를 통과했다. 이어 4월 22일엔 장 마감 후 시간 외 대량매매를 통해 삼성그룹 비금융 계열사들이 삼성생명 보유 지분을 일제히 매각했다. 이를 통해 삼성생명을 둘러싼 순환출자구조가 단순화됐고 주요 계열사들이 재원을 확충했다.

5월 1일에는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깜짝 인사가 단행됐다. 이 과정에서 그룹 미래전략실 수뇌부가 삼성전자로 이동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에 힘을 실어주는 인사라는 해석을 낳았다.

5월 8일에는 이 회장 일가 지분율이 높은 삼성SDS의 상장 계획이 이사회를 통과해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관심이 한껏 고조됐다. 바로 다음날인 5월 9일엔 삼성생명이 삼성자산운용 지분 100%를 사들이고 삼성증권이 삼성선물 지분을 100%로 확대하기로 해 금융계열사간 지분 정리작업이 진행됐다.

하지만 5월 11일 이 회장이 입원하면서 급박했던 개편 작업도 일시 정지됐다. 그러다 5월 25일 이 회장의 병세가 많이 호전됐다는 발표가 있었고, 6월 3일 삼성에버랜드 상장 계획이 발표됐다. 같은날 삼성전자는 지배구조 강화 차원으로 해석되는 삼성SDI와 제일모직 자사주 매수 계획을 공시하면서 미뤄졌던 문제가 일시에 풀리는 양상이다.

재계는 이 같은 일련의 과정이 이 회장이 입원하기 전에 결재한 계획들로 보고 있다. 따라서 이 회장의 입원이 길어질수록 향후 계획은 미뤄질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 지주회사 전환은 계획밖의 문제?

이 회장의 입원으로 간격이 벌어졌지만 삼성SDS와 삼성에버랜드 조기 상장 계획이 연속 발표되면서 상속세 재원 마련, 삼성전자 또는 삼성물산과의 분할 합병 등 갖가지 삼성 3세 승계 시나리오가 쏟아져 나왔다.

이같은 전망에 따르면 다음 구조재편은 지주회사체제 전환 가능성에 방점이 찍힌다.

삼성 내부적으로는 그러나 이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지주회사 전환에 드는 비용이 너무 크고 법적 문제도 얽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재계나 증권가에선 지주 전환 작업이 장기적인 과제로 미뤄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회장의 지분 상속 이후 핵심 계열사에 대한 3세 지분이 낮아져 지배력이 약화될 수 있기 때문에 지주 전환을 서두를 필요는 없지만 필연적인 과정이라는 지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에버랜드를 중심으로 삼성전자, 삼성생명을 연결하는 지배구조 큰 틀은 유지한 채 여타 계열사간 지배구조 단순화 작업을 계속 진행할 것”이라며 “지주회사는 법 개정 등을 통해 체제 전환이 용이해지는 시기를 기다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현재의 지배구조를 유지하면 순환출자나 금융의 산업자본 지배가 그대로 유지된다”며 “계열사 상장 등을 무리하게 진행하는 것은 지주 전환을 위한 사전 단계로 보인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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