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넘은 채권단 언론플레이… 재계 ‘일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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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6-10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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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양성모 기자 = 산업은행을 필두로 한 채권단과 금융당국의 기업 옥죄기가 도를 넘어선 형국이다.

동국제강의 본사 사옥인 ‘페럼타워’ 매각과 관련해 장세주 회장이 불쾌한 감정을 드러내는가 하면 결정되지도 않은 포스코의 동부제철 인천공장(동부인천스틸) 인수가격을 멋대로 정해 압박하고 있는 모양새다.

재계는 최근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이 기업의 자활을 돕는 본연의 업무와 거리가 먼 기행(奇行)을 거듭하고 있다며 강한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 9일 동국제강의 본사 사옥인 ‘페럼타워’ 매각설이 업계에 일파만파 퍼지기 시작했다. 이르면 이번주 중으로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재무구조개선 약정 체결을 위한 조건으로 해당 안건이 포함됐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하지만 장 회장은 같은 날 열린 ‘제15회 철의 날’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사옥 매각설을 일축했다. 장 회장은 “동국제강은 유동성 문제가 없어 사옥 매각은 너무 앞서나간 이야기”라며 “불황이 지속돼 정말 돈 빌릴곳이 없다면 팔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매각을 논할 단계가 아니다”라며 반박했다.

특히, 장 회장은 “재무구조 개선이 잘 되게 해야되는데 그것(사옥매각)을 그런식으로 흘려서 잘 되겠느냐” 반문하고 “그렇게 하면 금융당국이 어려운 상황에 있는 업체들 죽이는 것밖에 안된다”고 꼬집었다.

대다수의 기업들이 재무구조 개선작업의 일환으로 사옥을 매각한 뒤 임대해 사용하는 ‘세일 앤드 리스 백’을 이용하는 만큼 이번 사옥 매각 가능성은 어느정도 예상돼 왔다. 하지만 사측의 의지가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채권단의 일방적인 정보 발설은 기업의 회생과는 거리가 먼 독단적인 행태라는 지적이다.

채권단이 언론을 통해 기업의 발목을 잡는 행위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돈줄을 쥐었으니 스스로를 사실상 '갑'이라고 생각하는 채권단은 이러한 행동을 하는 이유가 해당 기업의 반발 때문이라며 이유를 떠넘긴다. 경영에 실패해 투자자와 채권단에 피해를 입힌 회생이 불가능한 기업이라면 그럴 수 있다. 문제는 회생 가능성이 있는 기업들에게까지 같은 잣대로 평가를 한다는 것이다.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길들이기식으로 들이대는 채권단의 행위로 인해 생존할 수 있는 기업들의 생명줄을 끊을 수도 있다.

상황이 심각하지만 기업들은 하소연도 못한채 채권단의 눈치만 보고 있다. 현재 동국제강은 이번 사옥매각 건이 채권은행간 불화로 비화될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금융지원을 앞두고 있고, 앞으로도 비즈니스 파트너로써 긴밀한 관계가 이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포스코도 사정은 비슷하다. 지난 달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동부발전당진(이하 동부패키지)의 실사가 진행중인 상황에서 패키지 매각에 대한 적정 가격을 8000억원 수준으로 예상하고 있다는 정보를 흘려 포스코측에서 강하게 불만을 표시한 바 있다.

당시 포스코 관계자는 “동부패키지 인수여부 결정은 6월 중으로 나올 예정”이라며 “현재 시장에서 제기되고 있는 가격은 결정된 바 없고, 산은이 언론플레이를 통해 압박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 회생을 기치로 구조조정을 진행해야 하는 상황인 반면 최근 진행이 더디자 채권단이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적극적으로 나온 상황으로 해석된다”며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의 뜻이 곧 정부의 뜻인 만큼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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