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식물국회의 재판이냐, 민생국회의 실현이냐.”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과 피해자 처벌, 후속조치 등을 처리할 6월 임시국회가 중대 기로에 직면했다.
10일 여야 정치권은 세월호 국정조사특별위원회 구성, 19대 후반기 원구성, 정부조직법·김영란법·유병언법 등을 놓고 사사건건 대립각을 세우면서 6월 국회의 험로를 예고했다.
6·4 지방선거에서 민심으로부터 ‘엘로우 카드’를 받은 여야가 국회 입법투쟁을 놓고 제2라운드에 돌입한 셈이다.
하지만 세월호 심판론에 따른 역풍으로 선거 과정 내내 ‘일하는 국회’를 천명한 여야가 선거가 끝나자마자 정쟁에 골몰, 사실상 식물국회가 재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상임위원장 구성 등 원구성조차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서 국회 공전이 현실화될 조짐까지 일고 있다. 민심이 국회의 제1 과제인 입법을 방기한 여야에 레드카드를 내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가장 난항을 겪는 것은 ‘세월호 국조특위 기관보고’ 일정이다.
새누리당은 오는 16일부터 기관보고를 받자고 주장한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월드컵 기간을 피해 내달 14일부터 26일로 연기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세월호 국조특위가 출범한 지 일주일이 지났으나, 일정 합의에도 이르지 못한 셈이다.
정부여당은 이날 국회에서 ‘세월호국정조사대책회의’를 열고 기선 제압에 돌입했다. 이완구 비상대책위원장은 “기관보고를 받아야 증인채택 등 후속 조치가 이뤄질 수 있다”고 야당을 강하게 압박했다.
이에 새정련은 박영선 원내대표는 같은 날 국회에서 원내대책회의를 열고 “청문회는 재보선 이후를 고집하면서 기관보고 만큼은 월드컵 기간에 서둘러 하자는 것은 거대 여당답지 못한 태도”라고 비판했다.
전세계적 축제인 월드컵 분위기에 편승하려는 정부여당과 세월호 심판론을 재보선 정국으로 끌고 가려는 야당의 ‘꼼수 정치’가 국회를 뒤덮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특히 여야가 세월호 국조특위 일정에 합의하더라도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 등의 증인 채택을 놓고 대충돌할 수밖에 없어 사실상 ‘부실 특위’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또한 현재까지 19대 후반기 원구성에 합의하지 못한 여야는 이르면 오는 13일 양당 원내지도부 회동을 통해 담판을 짓는다.
다만 새정련이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 인선을 둘러싼 내부 합의조차 이끌어내는 데 실패한 것으로 알려져 19대 후반기 국회 출범이 지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후속대책인 정부조직법·세월호특별법·관피아방지법·김영란법·유병언법 등 5대 법안의 처리도 험로가 예상된다. 여야 모두 입법의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지만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해양경찰청·소방방재청 해체 여부와 김영란법의 적용대상 범위 설정, 유병언법의 위헌 여부 등 각론에선 현격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밖에 이날 인선된 문창극 신임 국무총리, 이병기 국정원장 내정자 등 박근혜 정부의 2기 내각 인사들에 대한 인사청문회 일정을 놓고도 여야의 치열한 기싸움이 불가피하다.
이에 따라 송곳 검증을 예고한 야당과 정부의 국정운영을 뒷받침해야 하는 정부여당의 방패 싸움이 본격 궤도에 오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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