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현주 기자 =화가 천경자(90)화백이 대한민국예술원을 탈퇴를 요구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천 여사의 큰딸인 섬유공예가 이혜선씨가 어머니를 예술원 회원에서 제외해달라고 예술원에 요구했다”고 뉴시스가 11일 보도했다. 이씨는 현재 거동이 불편한 천화백을 간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술원 측은 이씨의 강력한 요청으로 천 여사를 예술원회원에 탈퇴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2월부터 예술원회원에게 매월 지급되는 수당 180만원도 중단했다.
본인이 아닌 제3자의 요구로 예술원을 탈퇴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예술원측은 "아직 정식탙퇴는 이뤄지지 않았다. 천화백의 딸에게 본인 인증의 탈퇴서를 보내달라고 했는데 아직까지 연락이 없다"고 전했다.
천경자화백은 1978년 예술원 회원이 됐다. 예술원회원은 예술가에게 최고의 영예의 자리다. 회원자격도 까다롭다. 예술경력 30년 이상으로 예술발전에 현저한 공적이 있어야 한다. 대상자가 돼도 예술원 회원들의 투표에서 3분의 2가 찬성해야 비로소 회원이 될 수 있다. 작고하거나 결원이 생겼을 때만 충원한다.
그런데 무슨 이유로 딸이 이렇게 나온걸까. 뉴시스에 따르면 천 화백의 딸 이씨는 "어머니의 작품을 허락 없이 전시한 것을 지적하며 이 같이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지난해 초 귀국해 천 여사가 1998년 서울시에 기증한 작품 93점을 반환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서울시의 관리 소홀로 작품이 훼손됐다며 기증된 작품과 함께 작품 반환에 드는 비용과 시에 양도된 저작권까지 회수할 뜻을 밝혔다. 그러나 서울시는 “작품이 시간이 지나 노후화되는 것은 일반적인 현상인데 이를 훼손이라는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며 반환을 거부했다.
2003년 뇌출혈로 쓰러진 천경자 화백은 미국 뉴욕에서 거주하고 있다는 소식만 알려졌을뿐 이후 생사가 불분명한 상태다. 1991년 국립현대미술관 소장의 ‘미인도’가 위작 사건에 휘말리면서 한국을 떠났다. 당시 감정가들이 "천화백 작품이 맞다"고 할때 "어떻게 내 자식을 못알아볼수 있냐"는 천 화백의 말은 아직도 미술계에 회자되고 있다. 현재 미술시장에서 '미인도'는 호당 가격이 3000만원선이다.
한편, 대한민국예술원 회원 미술분야 정원은 25명이다. 현재 회원은 천경자를 제외한 20명이 등록되어 있다. 이준, 백문기, 문학진, 전뢰진, 권순형, 오승우, 이광노, 윤영자, 손동진, 이신자, 민경갑, 최종태, 조수호, 이수덕, 윤명로, 이종상, 유희영, 박광진, 서세옥, 엄태정 등이다. 예술원 홈페이지에는 천경자의 이름이 아직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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