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현주 기자= "천경자 화백은 아직까지 예술원회원이다."
대한민국예술원은 "천경자 화백이 예술원을 탈퇴했다는 보도는 잘못됐다"고 11일 아주경제와의 전화통화에서 밝혔다.
예술원관계자는 "천 화백의 큰딸인 섬유공예가 이혜선 씨가 어머니를 예술원 회원에서 제외해 달라고 예술원에 요청한 것은 맞다"면서 "하지만 예술원 회원은 본인이 자필서류로 탈퇴서를 제출하기까지는 정식 탈퇴가 안 되고, 만약 서류가 제출되면 예술원 회원들의 회의를 거쳐 탈퇴 여부가 진행된다"고 말했다.
이런 사태는 지난 2월부터 천 화백에게 매월 지급되는 수당 180만 원이 중단되면서부터다.
예술원 측은 “그 전에 천경자 여사의 생사가 불분명해 이혜선 씨에게 확인을 요청했으나 답이 없어 수당 지급을 중단했다. 그러자 회원 탈퇴를 요청해 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술원 측은 “이혜선 씨에게 (탈퇴가) 어머니의 의사인지 확인하는 서류를 보내달라고 하자, 어머니의 그림들을 자신이 상속한다는 내용만 보내왔다”고 전했다.
예술원 관계자는 "회원수당은 중단된 게 아니라 잠정 보류된 것"이라며 "탈퇴 여부가 확인되면 소급적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본인이 아닌 제3자가 예술원 탈퇴를 요구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특히 생사 여부가 불분명하던 천경자 화백의 소식이어서 미술계의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천경자 화백은 1978년 예술원 회원이 됐다. 예술원 회원은 예술가에게 최고 영예의 자리다. 회원자격도 까다롭다. 예술경력 30년 이상으로 예술 발전에 현저한 공적이 있어야 한다. 대상자가 돼도 예술원 회원들의 투표에서 3분의 2가 찬성해야 비로소 회원이 될 수 있다. 작고하거나 결원이 생겼을 때만 충원한다.
2003년 뇌출혈로 쓰러진 천경자 화백은 미국 뉴욕에서 거주하고 있다는 소식만 알려져 있다. 예술원 탈퇴를 요구한 딸 이씨가 간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천 화백은 1991년 국립현대미술관 소장의 ‘미인도’가 위작 사건에 휘말리면서 한국을 떠났다. 당시 감정가들이 "천 화백 작품이 맞다"고 할 때 "어떻게 내 자식을 못 알아볼 수 있냐"는 천 화백의 말은 아직도 미술계에 회자되고 있다. 현재 미술시장에서 '미인도'는 호당 가격이 3000만 원선이다.
한편, 대한민국예술원 회원 미술분야 정원은 25명이다. 현재 회원은 21명이 등록되어 있다. 천경자, 이준, 백문기, 문학진, 전뢰진, 권순형, 오승우, 이광노, 윤영자, 손동진, 이신자, 민경갑, 최종태, 조수호, 이수덕, 윤명로, 이종상, 유희영, 박광진, 서세옥, 엄태정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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