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낙규 기자= 지난 3월 조선족 홍모(42) 씨는 서울 도심에서 자신의 휴대전화 카메라로 젊은 여성들의 사진 32장을 몰래 찍었다.
검찰은 홍씨에게 성폭력특례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성폭력특례법이란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신체를 그 의사에 반해 촬영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한 법이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안호봉 부장판사는 홍씨가 찍은 사진 중 단 한 장만 성폭력특례법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했다. 그나마 "촬영한 사진의 선정성이 그다지 심하지 않다"며 벌금 150만 원을 선고했다.
유죄로 본 사진은 벤치에 앉아 있는 신원을 알 수 없는 여성의 다리 사진이었다.
안 부장판사는 나머지 31장의 사진에 대해서도 "주로 짧은 치마나 반바지, 몸에 달라붙는 긴바지를 입고 있는 여성들의 앉아 있거나 걸어 다니는 모습을 몰래 촬영한 것"이라고 인정했다.
다만 안 부장판사는 이 사진들이 "근접한 거리에서 여성들 신체의 특정 부위를 특정 각도로 부각해 촬영한 것이라기보다 다소 떨어진 거리에서 한 명 또는 여러 명의 전체 모습을 일반적인 눈높이로 촬영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씨가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타인의 신체를 찍은 것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취지다.
안 부장판사는 "사진에 찍힌 여성들의 하의가 짧아 다리 부분이 무릎 위까지 노출되기는 하지만 도심에서 같은 연령대 여성의 통상적인 수준을 넘어서는 과도한 노출로 볼 수 없다"며 "조선족으로 국내 문화에 익숙지 않았던 피고인이 서울 도심 여성의 다양하고 자유분방하고 개방적인 옷차림에 생소한 감정과 호기심을 가져 사진을
촬영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