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정광연 기자 =전문가들은 유럽사법재판소의 결정으로 ‘잊혀질 권리’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지만 오히려 중요한 점은 포털 사업자(구글)를 개인정보처리자로 설정한 부분에 있다고 입을 모은다. 포털 사업자를 개인정보처리자로 인정할 경우 개인정보보호법의 적용을 받기 때문이다.
유럽사법재판소는 구글의 검색 엔진이 정보를 찾고, 이를 자동으로 인덱싱(목록화)하고, 일시정으로 저장 후 제공하는 것은 개인정보처리며 이에 근거해 검색엔진의 운영자, 즉 포털 사업자를 개인정보처리자에 해당한가고 규정했다. 이로 인해 단순한 정보 제공자 정도로 인식됐던 구글은 개인정보의 탐색, 정리, 저장, 제공 등의 모든 과정을 아우르는 ‘콘트롤 타워’로서의 책임을 지게 된 셈이다.
오픈넷 포럼에 참석한 법무법인 세종의 윤종수 변호사 역시 “중요한 것은 포털 사업자(구글)를 개인정보처리자로 인정했다는 부분”이라며 “개인정보처리자의 경우 개인정보보호법의 적용을 받기 때문에 향후 개인이 포털에 개인정보삭제 등을 요구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 것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종수 변호사의 설명처럼 개인정보처리자는 개인정보보호준칙의 규제대상이 된다. 따라서 ‘곤잘레스 사건’ 뿐 아니라 향후 비슷한 청원이 이어질 공산이 크다. 실제로 구글이 이번 판결의 수용 차원에서 개설한 ‘삭제창구’에는 하루만에 1만2000명이 몰리는 등 폭발적인 관심이 집중되기도 했다.
아울러 전 세계적으로 개인정보보호법이 매우 엄격하며 개인의 권리 구제 중심으로 집행되는 경향을 감안할 때 ‘잊혀질 권리’를 앞세운 개인정보삭제 요청 논란이 상당히 오랫동안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게 업계의 분석이다.
하지만 ‘곤잘레스 사건’에서 알 수 있듯 실제로 삭제되는 개인정보의 범위가 지극히 좁고 명확한 근거를 가져야만 가능하다는 점까지 상기하면 광범위한 삭제 요청이 급작스러운 검색 시장의 혼란과 변화를 야기시킬지는 미지수다.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이 ‘잊혀질 권리’ 뿐 아니라 미국(구글)에 검색 시장을 고스란히 넘겨준 유럽이 검색 삭제 권한을 가져와 시장 구도를 바꿀려는 의도도 포함돼 있다고 지적한다. 인터넷 보급으로 정보 접근성의 절대적인 권한을 글로벌 포털사가 독점하고 있다는 세계적인 비판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다는 해석이다.
그렇다면 이번 판결이 국내 시장에 미칠 영향은 어느 정도일까. 구글이 독점하고 있는 글로벌 시장과는 달리 국내에서는 네이버와 다음커뮤니케이션, 두 토종 포털의 점유율이 90%에 가깝다. 따라서 두 포털의 대응에 따라 ‘잊혀질 권리’ 논란의 방향이 정해질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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