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래의 OK시골] "시골 인심 참 많이 변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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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6-11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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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란 이가 전원주택을 지으려 시골에 땅을 샀다. 집을 짓기 위해 축대를 쌓아야했다. 마을 사람에게 얼마를 쳐줄테니 축대를 쌓아달라 부탁했다. 교수이기 때문에 존경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정성껏 축대를 쌓았다. 일이 끝나고 나서도 교수는 약속한 값을 쳐주지 않았다. 일한 사람은 기다리다 죄송한 마음으로 일한 값을 달라고 했지만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차일피일 미루기만 했다. 그러자 "이게 아닌데"하는 마음이 들어 교수와 심하게 다투었다. 교수는 "시골인심 이래서 되겠느냐"며 훈계조 이야기를 했다.

마을에 소문이 퍼졌다. "너 인심이 그렇게 각박한데 시골 인심이 어떻게 후하겠느냐"며 교수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때부터 교수는 마을에서 사는 것이 편치 않았고 '시골인심'을 탓하며 떠날 준비만 하고 있다.

농사를 짓는 이들은 농사철이면 새벽에 일어나 논밭에서 살다 해질녘이 돼서야 귀가를 한다. 그렇게 키운 농작물은 자식보다도 소중하다. 이따금 도시민들이 계곡으로 산으로 유람도 온다. 열심히 일한 당신들 떠나는 것을 두고 탓할 수는 없다. 열심히 쟁기질을 하고 있는 옆 계곡에서 팬티바람으로 술을 마시는 풍류까지도 누가 뭐랄 수도 없다. 하지만 남의 밭을 들판 드나들듯 하고, 소중히 가꾸는 채소를 산나물인 줄 알고 뜯어 삼겹살 쌈 싸먹기를 하고, 데리고 온 애들은 논두렁 밭두렁으로 뛰어다니며 농작물을 다치게 해도 부모들은 좋아라 손뼉만 치고 있다면 농민들의 인심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러면 상대편에서 "시골 인심이 예전 같지 않고 많이 각박해졌다"고 말한다.

이런 저런 이유들로 시골 인심을 탓하는 사람들을 본다. 시골이 시골다워야 하는데 왜 잘 먹고 잘 살려 드느냐는 것이다. 자식들은 도시에서 돈 많이 벌어 좋은 집에 좋은 옷 입고 살아도 시골은 언제 어느 때든 그 자리에 있어야 하고, 어떤 모습으로 찾아도 자신들의 지친 마음과 몸을 위로해 주어야만 한다는 논리로 무장이 돼있는 사람들이다.

언제 어느 곳을 가도 시골엔 토담 밑에서 줄봉숭아가 피고 굴뚝에는 연기가 올라야 한다. 텃밭에 상추, 고추를 심고 돌아갈 땐 아름씩 안겨 주어야 좋은 인심이 된다.

내 잇속 챙기는 것은 당연시하며 시골사람들이 챙기는 것을 두고 각박하게 변했다 생각한다면 그 또한 각박한 인심이다. 이런 시골 인심을 믿고 전원생활을 시작했다 당하는 사람들도 많다. 도시와 시골이 함께 넉넉한 인심, 함께 잘 살 수 있어야 좋은 나라다.

김경래 OK시골 대표/www.oksig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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