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구조개선 약정의 사전적인 의미는 기업들이 구조조정 차원에서 부채를 줄이고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주채권은행에 약속하는 일종의 이행계획이다. 하지만 약정을 체결한 기업들이 알짜베기 계열사들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엉성한 기업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달 재무상태가 좋지 않은 14개 기업을 올해 재무구조개선 약정 체결 대상으로 선정했다. 선정된 기업은 기존의 개선약정을 맺고 있던 성동조선과 STX, 한진, 동부, 금호아시아나에 이어 동국제강을 필두로 SPP조선과 STX조선해양, 한진중공업, 대우건설, 한라, 현대, 현대산업개발, 대성 등 9곳이 추가됐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조선업황이 악화일로에 이르면서 조선업체와 철강업체들이 주를 이루고 있는 상황이다.
관리대상 기업이 되면 기업운영을 위한 유동성확보에 어려움이 크고, 해외투자사업에 있어서도 불이익이 뒤따른다. 특히 잘 팔리고 돈이 되는 알짜베기 계열사를 매각할 수 밖에 없는데다 신규사업을 위한 투자도 정지돼 기업이 회생한다 해도 경쟁력에서 크게 뒤쳐질 수 밖에 없다.
STX의 경우 유동성 확보를 위해 흑자를 기록하며 알짜로 평가받던 특수선 제조업체인 STX OSV를 이태리 조선업체 핀칸티에리(Fincantieri)에 매각한 바 있다. 최근 상선시장이 개선세를 나타냄과 동시에 특수선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만큼 매각에 아쉬움이 크다는 평가다. 아울러 현대그룹은 알짜로 평가받던 현대증권을 비롯한 금융 3사 매각 등이 포함된 자구안을 발표해 이행에 속도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재계는 기업들이 회생할 수 있는 토대 마련없이 자산 매각을 통한 ‘급한 불 끄기’ 조치는 기업을 죽이는 꼴이나 마찬가지라는 지적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채권단 압박에 못이기는 척 알짜 사업들을 내놓긴 하고 있지만 만일 시황이 회복된다 해도 알맹이 빠진 기업들은 재무구조 악화라는 악순환이 거듭될 뿐”이라며 “알짜 사업을 다시 성장시키는 것은 쉽지 않은 만큼 채권단이 재무구조 개선을 핑계로 알짜기업은 모두 내놔라 식의 대응은 오히려 기업들을 죽이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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