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현주 기자= "한류는 중국 체제에서 용인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한류 자랑을 너무 많이 하고 우월감에 빠져 있어 반한류를 자초하고 있다."
'가수 장나라의 아버지'로 유명한 배우 주호성 씨가 "중국에서 '한류'는 일방적이고 공격적인 문화 침략으로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12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광화문 문화포럼에서 '현장에서 본 한류'를 주제로 강의를 펼친 주호성 씨는 "그동안 한류는 쌍방향 교류가 아니었다"면서 "반한류, 항한류는 우리가 자초했다"고 말했다.
우선, 중국에서 한류를 '문화 침략'으로 보는 것에 대해 "중국 지식사회는 한류가 좋기는 하지만 예의가 너무 없다고 여긴다"는 것. 주씨는 "우리 가수, 배우들이 대거 진출한 반면 우리나라 방송사에서 중국의 프로그램을 사간적 이 있느냐"고 반문했다. 쌍방향 교류가 없었다는 점이다.
한류가 너무 과시적이라고도 꼬집었다. 예를 들어 국내 대형 기획사가 소속가수들을 데리고 중국무대에서 화려하게 공연했다는 기사가 한국에서 나오며 자체적으로 '성공했다'는 평가를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것.
주씨는 "중국에는 600여 곳의 신문사가 있지만 이런 공연 기사는 2곳도 안 나온다"며 "실제로 중국에서는 그런 공연이 있었는지도 모르는 행사가 많다"고 했다.
또 국내 스타배우가 중국에서 광고 개런티로 10억을 받았다는 기사가 뜨면 30분 이내에 중국 포털에도 나온다. 이 또한 중국인민들은 방송 공헌도 없는데 10억을 받느냐. 국부 유출이 아니냐는 비난이 쏟아진다. 지식인 사회에서 용납 안 되는 일이라며 이 또한 한류의 위기감을 주는 일이라고 전했다.
주씨는 "우리 스스로 한류라고 부르며 우월감과 오만에 빠져 왜 반한류가 생기는지도 모르고 대책도 연구도 없다"면서 "남들이 진심으로 한류라고 부르는 그런 시대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반한류, 항한류가 일고 있는 것은 전략 부재에 있다고 강조했다. 편중된 지원과 함께 중국 진출자에 대한 평가와 관리가 없어 한류만 과대포장되고 대책이 없다는 것이다.
특히 반한류 분위기는 이웃나라와 정치적인 관계도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중국과 혈명국인 북한은 한·중교류 초기부터 반발했고, 일본과 타이완 보수주의자들의 반한류 주장 등 외부적 원인으로 4군데로부터 협공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한류의 시초는 어떻게 탄생됐을까. 주씨는 " 중국에 1997년 방영된 '사랑이 뭐길래'다. 한류의 시초는 대발이 아버지 이순재 씨"라며 "중국은 자식들에게 호통치는 대발이 아버지를 보며 대리만족을 느끼고 이 드라마를 보면서 중국 전 민족들이 한국사회를 연구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중국에서 이 드라마를 용인한 이유는 결코 드라마가 재미있어서가 아니다. 중국은 이 드라마로 '사회주의체제와 상충하는 평등의 개념을 바꿀 필요가 있었다'는 정치적인 코드가 숨어 있었다는 것. 주씨는 "운전사와 회장이 격의 없이 이야기할 정도로 평등했던 중국은 아버지와 아들, 며느리 등의 역할이 분명한 이 드라마를 통해 삼강오륜 등 유교사상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한류가 융성하게 된 것은 한류, 문화콘텐츠가 탁월한 것이 아니라 중국이 한국 드라마를 필요로 했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또한 △급격한 개방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외래문물에 대한 선망 충족과 △역사·지리적으로 접근이 용이하고 친근한 한자문화권도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주씨는 "물론 2000년대 이후 중국의 발전과 한류의 운이 맞은 것이기도 하다"며 "덕분에 장나라와 함께 중국 전역에서 공연하고 장나라가 중국의 영화 광고 드라마를 섭렵한 최고의 연예인 4명을 뽑는 4대천왕 중 막내인 '소천후'가 됐다"고 말했다.
2003년 중국에 진출한 장나라는 중국 포털 바이두 최초 인기연예인 1위를 3년간 차지했고, 중국에서 음반을 4집이나 발행, 2004~2005년 아시아·태평양 뮤직차트 어워드에서 '아시아 최고 여가수상'을 수상한 한류스타로 등극했다. 특히 '베이징 올림픽 주제가를 부른 유일한 외국인'으로 기록되는 등 한류 배우의 선두에 서 있다.
장나라의 성공비결에 대해 주씨는 "중국사람들과 가까워지려 몸부림쳤다"며 "한류가 아니라 합류였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의 작곡·작사가와 합작했고, 장나라는 신인가수로 처음부터 시작해 중국 전역을 돌아다녔고 중국이 제작한 드라마에 출연하며 무대를 넓히며 현지화 전략에 충실했다. 이로 인해 장나라는 '가장 따뜻한 한류'라는 호응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장나라는 산둥성에서 '장나라 애시기금'을 운영하며 중국의 백혈병어린이 수술비 등을 지원하고 있다고 했다.
주씨 또한 장나라 아버지, 매니저로만 머물지 않았다. 2009년부터 나라짱 대표이사와 베이징나라문화전파유한공사 사장이면서 배우로서 활동영역도 넓혔다. 중국에서 연기활동은 물론, 베이징 추안메이 대학에서 겸임교수를 맡아 연기를 강의하기도 했다. 2009년에 중국 산둥성 국제소극장연극제에서 최우수 연기상, 각본상 연출상을 수상하며 배우로서 입지도 굳혔다.
이날 강의에서 주호성 씨는 "중국을 두려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류의 자부심으로 우리나라가 못 보고 있지만 중국의 (드라마 등) '검열'이 풀리면 세계적인 문화파워를 보일 것이라고 했다. 현재 중국은 방송국이 400여 개로 사전제작을 한다. 검열을 마쳐야 방영이 되는 시스템으로 짧게는 (검열은)3개월에서 2년까지 걸린다.
주씨는 "미국에 들어가는 영화는 중국뿐이다. 중국은 영화가 국책사업이다. 미국영화가 뜨면 리메이크해서 전 세계에 전파할 정도로 수준을 갖췄다"며 중국 문화의 이면을 볼 것을 강조했다.
주씨는 최근 시진핑의 서민정책으로 중국이 달라지고 있지만 중국은 아직도 사회주의 국가라는 점을 명심해야한다고 말했다.
"13억 인구를 이끄는 중국은 법집행이 엄중한 나라입니다. 음주단속에 걸리면 현장에서 자동차를 몰수당하고 15일간 구류에 처해집니다.특히 최근 부패 척결로 관리 부패는 총살합니다. 뒤통수에 한방, 이마에 한방 두방을 쏘죠. 총알값도 총살된 어머니에게 청구합니다.사회에 해를 끼쳤으니 국가가 지불할 수 없다는 것이죠."
이런 엄중한 환경에서 '반한류'가 강하게 일면 하루아침에 한류를 막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제 일방적인 한류보다는 쌍방향 합류가 필요한 시기입니다."
주호성 씨는 "결코 한류가 점령하는 게 아니다. 우리나라에 중국 드라마가 안 들어와서 모를 뿐 중국의 드라마나 공연은 대단하다"며 "서로 다른 문화도 존중하고 포용하는 개방적이고 성숙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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