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LG유플러스, 유선 시장 두고 이견으로 갈등 심화

아주경제 송종호 기자 = KT와 LG유플러스가 구내 통신시장을 두고 날선 공방전을 펼치고 있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KT와 LG유플러스는 서울 동대문에 위치한 디오트 쇼핑몰 구내통신 사업권을 두고 서울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이후 최근까지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양 사의 갈등은 지난해 6월 디오트 준공(2006년) 당시부터 구내통신 사업자였던 KT대신 LG유플러스가 새로운 사업자로 선정되면서 시작됐다. 그러나 KT는 쇼핑몰 관리단과 LG유플러스의 철수 통보에 불응하고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이에 대해 LG유플러스 관계자는 “KT가 쇼핑몰 시공사인 쌍용건설과 계약이 이어진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이미 기간이 만료되어 효력을 잃었다”고 말했다.

KT는 그동안 운영권한을 가졌던 쌍용건설과 6년짜리 계약을 맺을 당시 양측이 아무런 요청이 없으면 자동 연장하도록 했고 이는 관리단에게도 자동 승계되는 것이라는 입장을 밝혀왔다.

이후 진척상황 없이 이어지던 양 측의 갈등은 지난해 소송 취하에 극적으로 합의하면서 마무리되는 듯 했다.

그러나 최근 디오트내에서 KT 인터넷 서비스와 IPTV를 이용하는 매장 점주들의 민원이 KT고객센터에 접수되면서 갈등이 재발했다.

KT관계자는 “최근 디오트 내 KT를 사용 중인 점주들의 민원을 듣고 우리 측 문제로 알고 확인한 결과 LG유플러스의 하청업체인 디오와이가 불법영업으로 우리 회선을 제거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KT는 이 같은 영업 활동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는 공문을 LG유플러스에 보냈다. KT 관계자는 “지난달 해명을 요청하는 공문을 LG유플러스에 보냈으나 12일 현재까지 아무런 회신이 없다”고 밝혔다.

디오와이는 왜 물리적으로 KT의 인터넷 회선과 IPTV 회선을 제거했던 것일까. 이는 KT와 LG유플러스의 구내통신에 대한 해석에서 이견이 있기 때문이다.

KT 관계자는 “최근 수주에서 탈락해 구내 통신을 넘기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우리는 구내통신을 입점 매장간의 유선전화로 한정 짓는데 반해 LG유플러스는 유선전화를 포함한 인터넷, IPTV를 모두 포함하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구내 통신을 새로운 사업자에게 모두 넘기는 것이 맞다”며 “KT가 제대로 인수인계도 안하고 지금처럼 나오는 것은 결국 매출을 놓치기 싫기 때문으로 본다”고 언급했다.

즉 유선 전화를 제외한 통신 기반 서비스를 지키려는 KT와 쇼핑몰 내 모든 서비스의 새 권리를 주장하는 LG유플러스 간에 의견출동이 새로운 갈등을 낳은 것이다.

여기에 LG유플러스의 하청업체인 디오아이가 지난 3~4월 사이에 불법영업을 해왔던 사실도 밝혀지며 양사 간 불신은 더욱 깊어졌다.

KT에 따르면 디오아이가 지난 3월부터 LG유플러스에서 인터넷 전용회선을 임대해 관련 서비스를 LG유플러스가 직접 제공하는 것처럼 홍보했다. 그러나 이는 LG유플러스가 아닌 디오아이 자체 인터넷서비스 모객 활동이었다는 것이 KT의 주장이다. 이러한 통신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전기통신사업법상 관할 전파관리소에 별정통신사업자 등록이 필요하다. 문제는 디오아이가 최근까지 무등록 업체였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LG유플러스 관계자는 “디오아이는 이전부터 별정통신사업자 등록을 마친 업체였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미래창조과학부 서울전파관리소에 확인한 결과 LG유플러스의 해명은 거짓으로 드러났다.

서울전파관리소 관계자는 “디오아이는 이달 11일 별정통신 등록이 완료됐다”며 “이전에는 별정통신사업자가 아니었다”고 밝혔다.

이처럼 KT와 LG유플러스가 격하게 다투는 이유는 무엇일까. 디오트의 구내통신 사업으로 발생하는 연 매출은 3억6000만원 수준으로 양 사의 사업 규모로 보면 잃어도 크게 아쉬울 게 없는 부분이다. 때문에 단순히 디오트 사업권만 두고 이 같은 경쟁을 펼치는 것은 아닐 것이라는게 업계의 시각이다.

그러나 디오트 구내통신 사업은 향후 국내 유선시장 주도권을 점칠 수 있는 척도로 분석된다.지난해부터 정부가 번호이동 절차를 대폭 간소화를 유선전화 시장에도 적용하면서 업체 간 경쟁이 더욱 격화됐기 때문이다. 이에 국내 유선시장의 80%를 점하고 있는 KT와 이에 도전하는 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 등의 대리전이라는 것이 관련 업계의 분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번 밀리면 끝장이라는 인식이 팽배해 KT입장에서는 강하게 방어 전략을 펼치고 있는 것 같다”며 “유선 시장의 경쟁도 이제 무선시장만큼 치열해 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