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주진 기자 = 황인자 새누리당 의원은 “우리 국민들을 온통 충격과 비탄에 빠뜨린 세월호 대참사를 보면서 새삼 여성정치 발전의 필요성을 느끼게 된다”며 “우리 미래가 될 수많은 청소년들을 포함해 사망자, 실종자가 300여명에 이르는 참담한 현실 앞에서 새삼 ‘생명을 살리는’ 참 정치에 대한 소망이 더욱 절실해졌고, 그 적임자는 바로 ‘여성’이라는 오랜 신념도 더욱 강해지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의원인 황 의원은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수습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여야가 구성한 국정조사특위 운영에 대해 “장기적인 비전을 가지고 여야가 인내력을 발휘해 초당적으로 접근할 때 비로소 튼튼하고 효율적인 대책을 세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조언했다.
황 의원은 “지난 달 14일 열린 세월호 참사 안행위 첫 현안보고 회의에서 여야 국정조사특위와 관련해 미국 등 선진국의 조사위원회를 벤치마킹할 것을 제안했다”며 “9.11 참사가 발생한 지 442일 후에서야 미 의회와 정부가 여야 동수로 초당적인 10인의 조사위원회를 구성했다. 10개국에서 1200명을 면접 조사하고, 250만쪽에 달하는 정부문서를 샅샅이 검토하면서 전현직 대통령 및 부통령, 고위관료를 조사하고, 19일간의 청문회로 이 전 과정을 국민과 공유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종적으로 1년8개월에 걸쳐 567쪽의 방대한 보고서를 냈다”며 “이런 철저한 노력이 있었기에 9.11사태 10년 후인 2011년 ‘9.11 진상조사위 권고안 이행 경과보고서’를 펴내 2004년 나온 진상조사위 보고서의 권고안 실행에 대한 상세한 평가가 가능했다”고 지적했다.
황 의원은 “우리 사회에서 정치와 공직 분야야말로 여성이 2% 부족한, 여성 충원이 절실한 곳으로, 사회 각 분야에 있어서의 성 평등한 참여가 우리 사회의 지속 가능하고 의미 있는 발전을 이룰 것이라는 신념은 변함없다”고 말했다.
-23년 공직생활 대부분을 여성가족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한 정책전문가인데, 큰 성과를 거두었거나 보람이 컸던 정책을 꼽는다면?
“정무제2장관실에서 일하면서 제1차 여성정책기본계획을 수립했고, 행정자치부 초대 여성정책담당관으로 여성공무원발전기본계획과 정부 차원 최초로 성폭력·가정폭력 근절 종합대책을 수립했다. 성매매방지법 초안도 마련했고, 경찰대 육사 해사 공사 등에 여성 10% 입학을 허용하는 안을 내놓기도 했다.
특히 2004년 초 서울시 여성가족정책관으로 재직했던 당시 전국 평균(2003년 1.17명)에도 못 미치는 서울시의 ‘0.99’ 출산율에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 소득을 불문하고 셋째 자녀 보육비 전액 지원이란 초강수 정책을 입안, 시행했다. 이는 현재의 만 5세아에 대한 정부의 무상보육 정책의 시발점으로 평가받고 있다.”
- 워킹맘은 일·가정 양립의 어려움이 많다. 요즘 정부와 지자체가 앞 다투어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저임금, 비정규직으로 인해 실효성은 없어 보인다. 일자리의 질을 높이기 위한 정책이 있다면?
"현재 경제활동인구 여성 9명 중 1명 꼴, 195만5000명에 달하는 경력단절 여성(경단녀)들의 문제는 이제 개인 차원을 넘어 사상 최저 출산율 1.19명인 저출산 문제로 국가경쟁력 위기로까지 번지고 있다.
때문에 박 대통령은 취임 1주년을 맞아 발표한 경제혁신 3개년 계획 담화를 통해 경단녀의 문제해결 의지를 강력히 시사했다. 구체적 조치로 여성인재가 출산과 육아로 경력단절을 겪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보육 지원 체계를 강화하고 육아휴직 및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기업에게는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한편 여성에게 적합한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활성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전적으로 동감한다. 특히 비정규직 저학력 여성, 가사도우미 간병인 요양보호사 등 돌봄 여성노동자들의 열악한 처우를 개선하는 일도 시급하다."
-최근 육아휴직 남성 할당제 도입의 필요성을 주장하면서 워킹맘을 위한 보육정책 토론회를 시리즈로 열고 있는 것으로 안다.
“나 역시 집과 직장 사이를 오가며 두 남매를 키워낸 워킹맘이었다. 남편과 시부모님 등 가족의 헌신적인 도움이 없었더라면 공직 생활을 무사히 마무리하고 지금의 이 자리에 서있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왜 여성이 일을 계속하려면 이처럼 가족의 희생이 뒤따라야만 할까 안타깝다. 워킹맘 지원을 위해선 맞벌이 워킹맘·여성가장형 워킹맘·한부모 워킹맘 등 다양한 워킹맘의 유형에 따른 맞춤형 정책 개발로 이어져야 한다.
특히 ‘아버지육아휴직할당제’, 이른 바 ‘파파쿼터제’가 우선 실시돼야 한다. 2002년 말쯤 노르웨이와 덴마크 등 여권 최강국 정책 현장을 둘러보면서 ‘양성평등은 가정에서부터 출발한다’는 굳은 신념을 체감했다. 노르웨이는 1993년 파파쿼터제를 도입했는데, 10년이 채 못돼 2001년 당시 출산휴가를 가진 남성이 81%가 넘었다.
정부가 1~2년 내 남성 육아휴직률을 10%대까지 올리겠다고 하지만 획기적인 조치 없이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고 황금자 할머니 관련 미국 CNN 왜곡보도에 정식 문제제기를 하는 등 일제 식민시대 여성들을 재조명하는 일에도 힘을 쏟고 있다고 들었다.
“지난 1월 26일 황금자 할머니 별세를 다룬 CNN 기사에서 “일본 정부의 공식 사과”란 표현이 나온 것에 충격을 받아 CNN 보도 직후 공식 홈페이지에 이 문제를 제기했고, 2월 5일 정정 보도를 받아냈다. 작은 노력이지만 이처럼 면밀히, 국내외적으로 일본군위안부 문제를 지켜보고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또 일본에 의해 강제 동원된 여성노무 피해자들의 문제도 마찬가지다. 강제로 끌려가 노동 착취를 당한 여성 피해자들 중 8세 소녀가 최소 연령이고, 평균 나이는 16.46세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주로 공장과 탄광 등 남성도 견디기 힘든 위험한 현장에 상당수 배치됐다. 월급은 고사하고 제대로 식사도 제공받지 못한 것은 물론, 안전사고도 적지 않게 당한 것으로 피해자들은 증언하고 있다. 때로 일본군위안부문제와 혼동을 일으키며 제대로 조명되지 못하고 있는 여성 노무동원 피해자들과 가족들은 이중의 고통에 허덕이고 있다.
황 의원은 일제 강점기 나라의 독립을 위해 스러져간 여성 독립열사들을 재조명하는 일에도 큰 관심을 갖고 있다. 오는 7월 10일 순국열사 김마리아 기념사업회와 함께 토론회를 열고, 평생을 나라를 위해 몸바친 김마리아 선생의 생애와 사상을 재조명할 예정이다.
황 의원은 또 올해 가장 역점을 두고 추진 중인 정책 키워드로 ‘안전’과 ‘여성’, ‘통일’을 꼽았다.
그는 “대한민국의 안전대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장기적인 비전을 수립하고, 철저한 현장 조사와 평가를 실시해 이를 바탕으로 재난안전관리 관련법 제·개정을 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통일시대 대비 청사진 마련 활동, 주민자치 관련 효율적인 근거법 마련, ‘워킹맘 행복지수 높이기’ 연속 전문가정책간담회 시리즈를 통한 워킹맘의 경력 단절을 효과적으로 차단할 관련법 제·개정 등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황 의원은 “여성정책전문가로서 그동안 쌓아온 역량을 힘껏 발휘해 여성의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내고, 국민행복시대를 열어 나갈 수 있도록 헌신하겠다”고 미소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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