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KBS 길환영 사장의 퇴진… 이것이 끝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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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6-15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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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파업, 길환영 전 사장 퇴진[사진제공=KBS 본부]

아주경제 이예지 기자 =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와 KBS노동조합(이하 KBS 양대 노조)의 파업으로 중단됐던 방송이 열아흐레 만에 정상화 됐지만 진짜 '정상화'를 위해 남아 있는 숙제의 양이 방대하다.

지난 5일 KBS 이사회는 길환영 전 사장의 해임안을 가결하면서 멈췄던 방송 시스템을 재가동했다. 길 전 사장 체제에서는 KBS 사태를 해결하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에 여당 추천 이사 3명조차 해임제청안에 찬성했고, 9일 박근혜 대통령이 서명하면서 사태는 마무리됐다. 길 전 사장은 이사회의 결의에 반발하며 무효소송을 제기했지만, 대통령의 해임안 재가로 돌이킬 수 없게 됐다.

이로써 공정방송 사수를 위해 긴 시간 투쟁했던 이들의 땀이 결실을 맺었다. KBS 역시 길 전 사장의 퇴진 후 방송이 달라졌다며 자축했다.

'뉴스9'는 KBS 이사회가 길환영 사장 해임제청안을 가결한 이유에 대해 "공사 사장으로서 직무수행 능력을 더는 믿기 어렵고 국민에게 서비스 전달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문창극 국무총리의 '일제 식민지는 하나님 뜻' 발언을 특종 보도했고, 노조는 이것이 KBS의 변화라고 강조했다. 대통령 비판 기사는 단 한 차례도 없었던 과거와 비교하면 해당 보도는 이례적이고 파격적이라는 설명이다.

노조의 자축은 이른 감이 있다. 정상적 방송을 위해서 해결해야 할 숙제가 많기 때문이다.

KBS 신임사장 선임제 제도 개선은 차치하더라도 그토록 소리 높였던 공정방송과 보도독립을 지키기 위해서는 그를 안정적으로 확보해 낼 새로운 제도의 도입이 시급하다. 세월호 참사 속에 기습적으로 상정된 수신료 인상안의 재검토 및 시청자의 다양한 의견을 수용할 수 있는 열린 공간 마련도 반드시 수행해야 할 과제다.

이에 대해 KBS 본부 권오훈 위원장은 "KBS의 독립성, 방송의 공정성, 제작의 자율성을 위한 긴 싸움을 다시 시작할 것"이라며 "민주적 사장 선임 제도를 확립하고 후보에 대한 검증을 철저히 하겠다"고 밝혔다.

또 "국민의 방송이 되려면 우선 소통이 기본이라는 사실 망각하지 않겠다. 비판은 비판대로 칭찬은 칭찬대로 먼저 듣고, 국민과 시청자의 아픔을 먼저 헤아리는 방송, 사람과 생명을 먼저 생각하는 방송을 만들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권 위원장에 따르면 KBS 양대 노조는 낡은 지배 구조의 변화와 내부 감시 장치의 도입, 정당성 확보를 위한 토론회, 공청회 창설 등을 고민하고 있다.

긴 싸움이 다시 시작돼야 한다. 국민의 눈과 귀가 되는 방송, 한국 방송문화의 질적 향상에 밑거름이 되는 방송을 만들겠다는 KBS 임직원의 열망은 뜨겁다. 진정한 '정상' 방송을 되찾기 위한 멀고도 험한 싸움 동안 열정을 잃지 않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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