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규진 기자 = 이라크 내전 위기로 미국과 이란이 군사 개입에 나서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에선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주요 산유국인 이라크 정정불안은 국제 유가가 급등했다. 두바이유와 서부텍사스산 원유는 110달러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러한 추세로 유가가 급등하면 세계 경제회복에 최대 악재가 될 것이란 경고도 나왔다.
이슬람 급진 수니파 무장세력인 '이라크·레반트 이슬람 국가'(ISIL)가 북부 지역을 30% 탈환한 가운데 수도 바그다드로 진격하면서 13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7월 인도분 WTI는 전날보다 0.4% 오른 106.91달러에 거래됐다. 이는 지난해 9월 이후 최고치다. 런던 ICE선물시장에서 7월 인도분 브렌트유도 지난해 9월 이후 최고치인 113.69달러까지 올랐다. 지난주에만 무려 4.1%나 올랐다. 두바이유 현물가격은 13일(현지시간) 2.55 달러나 상승한 배럴당 109.51달러에 마감했다. 배럴당 110 달러 돌파를 앞두고 있다.
이라크는 전세계 최대 석유매장국 5위다. 하루 원유 생산량은 330만 배럴로 석유수출국기구(OPEC)에서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두번째로 많다. 이라크는 최근 원유 생산량을 꾸준히 늘려 OPEC 전체 추가 증산량의 60%를 차지했다. 이라크는 내년에는 하루 생상량을 440만 배럴, 2020년에는 약 600만 배럴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세계은행이 글로벌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춘 가운데 이라크발 악재까지 겹치면서 국제 원유시장은 더욱 출렁이고 있다. 올해 미국 유럽 등 선진국 경제가 회복하면서 글로벌 경제 성장을 이끌 것이라고 전망됐었다. 그러나 올해 초 미국을 강타한 한파에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터지면서 선진국을 비롯한 신흥국 등 전세계 경제회복이 예상보다 개선되지 못한 것이다. 주요 중앙은행들이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내놓으면서 경제 성장률을 끌어올릴려는 가운데 이라크 사태까지 발발한 것이다.
다만 일각에선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고 전망한다. 이라크의 원유 공급이 당장 차질을 빚진 못할 것이란 전망이다. ISIL이 장악한 북부지역은 지난 3월부터 원유를 생산하지 않는 지역이다. 이라크 원유 생산은 이라크 정부군이 지배한 남부지역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미국과 이란 등 지원군이 개입하면서 남부 지역의 물리적 충돌로 인한 원유 공급차질이 일어나긴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다.
이라크 내전의 공포는 글로벌 주식시장에도 엄습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이번주 글로벌 증시의 핵심 변수로 이라크 악재와 연방준비제도 정책 결정에 초점을 맞추고 변동성이 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오는 17~18일 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열린다. 전문가들은 연준이 자산매입 규모를 100억 달러 더 줄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뉴욕 증시가 이번 주말 상승 모멘텀을 가졌으나 이라크 우려와 함께 중앙은행의 정책 불확실성이 위기로 떠오르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는 분석했다. 누벤에셋매니지먼트의 밥 돌 수석 증시전략가는 "(이라크 사태가) 주식에 직접적으로 타격을 주진 않겠지만 상승세를 일시적으로 중단시킬 것"이라며 "증시는 올해 말까지 강세를 나타내지만 순환하게 오르진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주 뉴욕증시는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0.88%, 스탠더드앤푸어스(S&P)500지수가 0.68%, 나스닥 지수가 0.25%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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