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문지훈 기자 = 경기침체와 잇따른 사건·사고로 금융당국의 징계가 예고된 상황에서도 대형 금융지주의 올 2분기 실적이 전분기보다 다소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 금융지주의 2분기 당기순이익 증가가 예상되는 것은 지난해 4분기 및 올 1분기와 달리 은행들의 대손충당금 부담이 줄어든 데다 1회성 이익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16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KB·우리·신한·하나 등 4대 금융지주는 올 2분기 총 1조8223억원 규모의 당기순이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전분기 1조4474억원 대비 25.9% 증가한 규모다.
2분기 가장 많은 당기순이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 곳은 우리금융지주다. 지난해 4분기 9455억원 적자를 기록했던 우리금융은 지난해 흑자전환에 성공한 데 이어 2분기 당기순이익 증가폭을 늘릴 것으로 예상됐다. 우리금융의 2분기 예상 당기순이익은 5633억원으로 전분기 3228억원 대비 75.5% 증가한 규모다.
올 1분기 192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해 상대적으로 저조한 실적을 낸 하나금융지주도 2분기에는 당기순이익 증가폭이 대폭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다. 하나금융의 2분기 실적은 3301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71.3%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KB금융지주는 올 1분기 3735억원 대비 4.6% 증가한 390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할 전망이다.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이 금융당국으로부터 고객정보 유출 및 전산시스템 교체 논란 등의 문제로 각각 중징계 통보가 내려진 가운데서도 당기순이익이 증가할 전망이다.
올 1분기 5584억원의 당기순익을 기록해 4대 금융지주 중 가장 좋은 실적을 올린 신한금융지주는 2분기에는 다소 하락(3.6%)한 5383억원의 실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됐다.
신한금융을 제외한 금융지주의 실적 증가 전망은 기업구조조정 등으로 지난해 대규모 대손충당금을 쌓았던 것과 달리 올 1분기부터 적립 부담이 줄어들고 1회성 이익이 대폭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 데 따른 것이다.
구경회 현대증권 연구원은 "하나금융의 1분기 실적 부진은 1회성 비용이 많이 반영된 결과여서 2분기 실적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2분기에는 하이닉스 주식 매각이익 및 환율관련 평가이익이 1000억원 이상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우리금융의 경우 지난해 말 지방은행 매각으로 인한 법인세 환입이 당기순익 증가에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최정욱 대신증권 연구원은 "조특법 개정에 따라 지난해 4분기에 납부했던 경남·광주은행 비적격 분할 법인세 약 6000억원 환입이 예상된다"면서도 "이달 말 실시하는 대기업 신용위험 재평가 결과에 따라 대손충당금 변동성이 클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금융권 일각에서는 금융지주 자체의 수익성이 개선된 결과가 아니기 때문에 큰 의미가 없다고 일축했다. 아울러 무더기 징계에 따른 인사태풍 등이 예고된 하반기에도 실적 개선이 가능할 지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1회성 이익 증가 및 대손충당금 부담 저하로 당기순이익이 일시적으로 증가하는 것일 뿐 수익성이 좋아진 결과는 아닐 것"이라며 "최근 금융사들이 처한 상황이나 수익성을 고려했을 때 여전히 어려운 환경이기 때문에 수익성 개선이 최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