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한지연 기자 = 아이돌 등 인기스타와 손잡고 활발한 활동 계획을 발표했던 패션업체들의 행보가 올스톱됐다.
합작사·브랜드 론칭·광고모델 기용 등 시장 확대를 위해 수 년 간 공들였지만 지지부진한 모습이다. 협업을 중단하거나 아예 합작법인을 폐쇄하는 기업도 속출하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리복·이랜드 등 다수의 패션업체들은 대형 기획사와 협업프로젝트를 중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복은 지난 2012년 JYP 엔터테인먼트와 파트너십을 맺고, 캠페인·뮤직비디오 제작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하지만 최근에는 관련 업무을 모두 중단했다.
리복 관계자는 "현재 브랜드 모델로 활동 중인 소희가 JYP에서 탈퇴하면서 협업이 끊났다"며 "당분간 JYP와 협업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랜드 역시 SM엔터테인먼트와의 합작법인인 '아렐'에서 지난해 완전히 손을 뗐다. 아렐은 지난 2010년 이랜드리테일과 SM이 '패션 스타 마케팅'을 목표로 51대 49 비율로 출자해 설립한 회사다.
한류열풍의 주역인 연예기획사와 유통·패션기업의 첫 협업이라는 점에서 출범 당시 큰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별 다른 사업성과를 내지 못하고 2년 만에 이랜드가 사업에서 철수하면서 관계가 정리됐다.
이랜드 측은 "광고모델 이상의 특별한 협력관계를 이끌어내지 못했다"며 "합작사는 철수했지만 여전히 긴밀한 관계는 유지 중"이라고 전했다.
초반 기대와 달리 이들의 협업이 부진한 이유는 기획사의 핵심 컨텐츠인 '아티스트'가 기업 측에는 오히려 독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인기하락, 탈퇴, 계약 위반 등 '아티스트' 개인에 속한 변수가 많다보니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기 어렵다는 내부 지적이 있다"며 "기복이 심한 팬덤과 스캔들, 불화설 등 여러 대외적인 요인이 악재로 작용하면서 장기적으로 협업관계를 이어갈 수 없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양측의 우선순위가 달라 단순 광고 모델 기용 이상의 효과를 내기 어려웠다"며 "인력, 마케팅 등 제반비용 등을 감안하면 영업이익을 낼 수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다만 패션과 엔터테인먼트, 레저 등 업종간 경계가 사라지는 현 상황에서 양사의 협력은 긍정적이다. 음악과 패션, 아이돌 산업이 새로운 문화 컨텐츠를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는 데다 최근 '한류'열풍이 불면서 수출 증대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또 스타 마케팅을 잘 활용하면 '완판 아이템'을 만들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때문에 유니클로, H&M, 자라 등 글로벌 패션 브랜드에서는 유명 뮤지션, 기획사와의 협업 관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실제 삼성에버랜드 패션사업부가 YG엔터테인먼트와 공동 설립한 '네추럴나인'은 소정의 성과를 보이고 있다.
네추럴나인은 오는 9월 의류브랜드 '노나곤'을 론칭하는 데, 회사 측은 YG에 소속된 빅뱅과 2NE1 등을 브랜드 신규모델로 활용할 계획이다.
에버랜드가 생산, YG가 기획·홍보·마케팅 등을 담당해 국내는 물론, 중국·일본·동남아·미주 등 해외시장을 적극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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