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파인허스트CC 넘버2코스에서 끝난 제114회 US오픈에서 마르틴 카이머(29·독일)가 우승트로피를 들며 웃었지만, 속으로 운 선수도 많았다.
헌터 메이헌(미국)은 터무니없는 실수로 땅을 쳤다.
대회 2라운드 18번홀(파4). 메이헌은 제이미 도널드슨(미국), 프란체스코 몰리나리(이탈리아)와 동반플레이를 했다.
메이헌과 도널드슨의 티샷이 페어웨이 오른편으로 날아갔다. 메이헌의 캐디 존 우드가 먼저 볼에 다가섰다. 티잉그라운드에서 봤을 때 분명히 메이헌의 볼일 것으로 짐작한 곳에 다가가니 번호 위에 슬래시가 그어져 있었다.
캐디는 별 생각없이 메이헌에게 클럽을 권했고 메이헌은 어프로치샷을 했다. 도널드슨은 메이헌이 샷을 하고 났으니 자연히 남은 볼을 자신의 것으로 생각하고 그린을 향해 샷을 했다.
그린에서 볼을 집어든 후에야 그들은 상대방의 볼로 플레이했다는 것을 알아챘다. ‘오구(誤球) 플레이’를 한 것이다.
이 경우 2벌타를 받고 원래 자리로 돌아가서 정구(正球)로 플레이해야 한다. 오구를 플레이한 타수는 스코어로 계산하지 않는다. 다음홀(1번홀) 티샷 전까지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실격이다<골프규칙 15-3>.
메이헌과 도널드슨은 세컨드샷을 한 지점으로 돌아가 정구로 어프로치샷을 한 후 파를 기록했으나 2벌타를 합해 그 홀 스코어는 모두 더블보기가 됐다.
메이헌은 2라운드합계 6오버파 146타(74·72)를 기록, 커트라인(145타)에 1타 뒤져 커트탈락했다. 규칙위반의 대가는 컸다. 도널드슨은 이날만 81타를 치고 역시 탈락했다.
잘못은 메이헌의 캐디에게 있다. 볼앞에 다가갔으면 그것이 ‘주인’의 볼인지, 아닌지를 확인해야 하는 것은 캐디 몫이다. 두 선수가 같은 브랜드의 볼을 사용중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정확히 분별해내지 못한 책임을 면할 수 없다. 메이헌의 캐디도 “내가 100% 잘못했다”고 몸둘 바를 몰랐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출전한 메이저대회에서도 오구 플레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메이헌-도널드슨 사례는 ‘볼마크는 확실히 하고, 볼을 치기 전에는 다시한번 확인’하는 습관의 중요성을 깨우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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