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새누리당 차기 당권 도전을 선언한 친박(친박근혜)계 좌장인 서청원 의원이 17일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해 사실상 자진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문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를 둘러싸고 여당 내부에서도 계파 갈등이 표출되는 상황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복심으로 통하는 서 의원이 비토 기류에 가세함에 따라 당내 기류가 급변하게 될 전망이다.
서 의원은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해 문 후보자의 식민사관 발언 등 언행 논란과 관련해 “문 후보자 스스로 언행에 대한 국민의 뜻을 헤아리고 심각한 자기성찰을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압박했다.
이어 국회 청문회법을 거론하며 “후보자에 대한 청문 절차를 거친 뒤에 국민과 의회에서 판단할 것으로 생각했고,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지만…”이라면서도 거듭 문 후보자를 향해 “국민을 위한 길이 무엇인가를 잘 판단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쏘아붙였다.
그는 ‘문 후보자가 스스로 사퇴해야 한다고 보느냐’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말씀드린 그대로”라며 “본인이 후보로 지명된 이후의 언행과 해명에 대한 스스로 성찰을 해야 된다는 말씀”이라고 잘라 말했다. 사실상 문 후보자의 자진 사퇴를 촉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문창극 사태로 민심 이반이 확산되는 가운데 국민정서상 가장 민감한 병역특례 의혹이 불거지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궁지에 몰리자 친박계 좌장인 서 의원이 직접 나서 파문 수습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국회에는 새누리당 부설 ‘여의도연구소’가 조사한 문 후보자에 대한 찬반 여론조사 결과가 떠돌았다. 새누리당 관계자들의 예상과는 달리 71%의 응답층이 문 후보자에 대해 반대 의사를 밝히자 당 내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일부 여론조사에서 문창극 파문 이후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수직하강하자 여권 내부의 기류도 확 바뀐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리얼미터’의 6월 둘째 주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0% 포인트)에서도 박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지난주 대비 3.1% 포인트 하락한 48.7%를 기록했다. 리얼미터 주간 집계에서 박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40%대로 하락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새누리당 한 관계자는 “문 후보자에 대한 비판 기류로 7·30 재·보선 결과가 참패로 귀결되는 게 아니냐는 걱정이 당내에 존재한다”고 귀띔했다. 가장 유력한 차기 당권 주자인 서 의원이 미니 총선 격인 7·30 재·보선 승부를 외면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박 대통령이 문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기 직전 서 의원이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했다는 점이다.
최악의 시나리오인 인사청문회 부결에 따른 낙마 사태를 막고 청와대의 의중을 서 의원이 간접 전달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서 의원이 박 대통령의 정치적 공간을 넓혀주기 위해 전략적으로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정치평론가 유창선 박사는 이날 아주경제와 통화에서 서 의원의 기자회견과 관련해 “박 대통령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것이자 전당대회를 앞둔 서 의원의 존재감도 높이려는 전략”이라며 “문 후보자는 사실상 사퇴 수순을 밟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안대희 전 대법관에 이어 문 후보자마저 자진 사퇴로 끝을 맺는다면, 여권 내부에 ‘강한 주자론’을 바탕으로 한 자성론이 당내 여론을 뒤흔들 가능성이 높다.
서 의원의 ‘문창극 반대’ 기자회견에는 전대 과정에서 김무성 의원과의 차별화를 시도하고 궁지에 몰린 박 대통령을 구하려는 전략이 깔렸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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