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청와대가 17일로 예정된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 국회 제출을 또다시 미뤘다. 지난 13일, 16일 연기에 이어 3번째다.
청와대 측은 이날 문창극 후보자 임명동의안 제출 지연 이유와 관련해 “중앙아시아를 순방 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현지의 일정과 시차 등으로 인해 임명동의안 관련 보고를 받는 것이 여의치 않은 상황인 것 같다”며 “임명동의안에 대한 재가를 받는 것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는 문 후보자의 식민사관을 둘러싼 당내 갈등이 확전양상으로 치닫자 청와대가 밀어붙이기식 강행처리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앞서 친박계 좌장인 서청원 의원이 이날 오전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 문 후보자에 대해 자진 사퇴를 촉구하면서 청와대와 정부여당 내부 기류가 급변한 것도 이 같은 결정에 한몫한 것으로 분석된다.
정치권 안팎에선 새누리당 차기 당권 도전을 천명한 서 의원의 기자회견 이후 박 대통령의 교감 속에서 진행된 사전 약속이 아니냐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사실상 청와대와 정부여당이 문 후보자의 자진 사퇴를 놓고 시간 벌기에 들어갔다는 얘기다.
사퇴 여론이 불거지는 상황에서도 문 후보자가 자진사퇴하지 않을 경우 새누리당은 향후 있을 본회의 표결 과정에서 강제 당론이 아닌 자율 투표를 통해 의원 개개인의 입법권을 보장키로 했다.
문 후보자의 식민사관 발언에 이어 국민정서상 가장 민감한 병역특례 의혹이 불거지자 중앙당 차원에서 출구전략을 마련했다는 셈이다.
현재와 같은 상황이라면 국회 본회의 가결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날 현재 국회 재적 의원은 286명에 달한다. 문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이 가결되려면 144명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현재 새누리당 의원은 149명이다. 새누리당 의원들 중 6명만 반대표를 던져도 부결되는 셈이다.
또한 오는 26일 대법원 선고를 앞둔 성완종·정두언 의원이 ‘의원직 상실형’을 받게 될 경우 국회 재적 의원과 새누리당 의원은 각각 2석씩 줄어든다. 이 경우 새누리당 내부에서 5표만 이탈해도 문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은 부결된다.
현재 차기 전대에 나선 주자 3명(서청원·김무성·김상민)과 초·재선 의원 4명 등이 문 후보자의 임명동의안 처리를 반대하고 있다.
국무총리 임명동의안 처리가 무기명 투표인 터라 새누리당 당 지도부가 내부 단속에 나서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새누리당은 윤상현 사무총장을 필두로 친박계 핵심 인사들이 의원들과의 개별 접촉을 통해 표 단속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으나, 청와대의 자진 사퇴 가닥으로 친박계의 행보도 무력화될 전망이다.
윤 총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야당이 됐다고 해서 총리 임명동의안을 제출도 하지 말라, 또 제출해도 인사청문특위 안 하겠다고 이렇게 뻗치는 것은 정상이 아니다”라고 강행 의지를 천명한 바 있다.
이에 새정치민주연합은 인사청문특위원장을 맡은 박지원 의원이 전면에 나서 문 후보자 낙마에 사활을 걸고 태세다.
박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에 출연해 문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전망과 관련, “이미 국민 3명 중 2명이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며 “국민의 인사청문회는 이미 끝났다”고 말했다.
당 소속 의원 20여명도 같은 날 일본대사관 위안부 소녀상 앞 등과 청와대에서 1인 시위를 벌이면서 본격적인 여론몰이를 개시, 대대적인 대여공세를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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