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주진 기자 = 중앙아시아를 순방 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를 ‘포기’하는 수순에 들어갔다.
청와대가 문창극 총리 후보자의 임명동의안 국회 제출과 관련, 오는 21일 박 대통령 귀국 이후 재가 여부를 검토하기로 한 것은 사실상 ‘문창극 카드’ 포기 선언이라는 분석이다.
민경욱 대변인은 18일 우즈베키스탄 현지에서 "대통령은 귀국한 뒤 총리 임명동의안과 인사청문요구서의 재가를 검토할 방침"이라며 “순방 중에는 중요한 외교·경제 일정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귀국 후 재가를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재가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도 문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의 국회 제출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데 힘을 싣고 있다.
문창극 카드를 거둬들이기도 난감한 상황에서 청와대가 시간벌기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귀국 전까지 문 후보자에 대한 민심 향배를 지켜보며 정국 구상을 하겠다는 의중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이 실제로 일정 때문에 결재를 못 할 수도 있지만, 결재를 미룸으로써 문 후보자에게 자진해서 사퇴하라는 완곡한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게 아니냐는 설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 청와대 내부에서는 문 후보자가 자진사퇴하기를 바라는 분위기도 읽힌다.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엿새만에 10%포인트 가까이 하락하면서 40%대 초반으로 급추락했다.
17일 리얼미터 여론조사에 따르면 박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42.7%로 떨어졌으며, 반대로 부정 평가는 50.2%로 치솟았다. 문 후보자 인사 파동이 진보-보수를 떠나 여권 지지층 내부에서도 ‘참극’으로 평가받고 있다는 방증이다.
새누리당 지도부도 문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절차를 반드시 이행해야 하다는 입장에서 한발 물러선 모습을 보이는 등 기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이날 공개 회의석상에서도 문 후보자에 대한 언급을 일절 자제했다.
다만 이완구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의원총회 직후 문 후보자 거취와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방향성을 정해놓고 가는 것보다 한 분 한 분 스스로 자연스럽게 해도 무리가 없다"며 "절차를 지켜가며 의원들의 의견을 한 분 한 분 소중히 듣고 국민 여론을 살피면서 무겁게 결정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국회 인준 투표 역시 당론이 아닌 의원들의 개별 판단에 맡기기로 했다.
이같은 지도부의 기류 변화 속에 친박 맏형격인 서청원 의원과 이재오 김상민 의원 등 당내 일부 비주류 의원들은 문 후보자의 사퇴를 거듭 촉구했다.
이런 가운데에서도 문 후보자 측은 일단 차분하게 인사청문회 준비를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문 후보자 측 관계자는 "문 후보자는 인사청문회 준비를 계속하고 있다"며 "청문회 대비 차원의 정책 공부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문 후보자는 17일 이미 야당은 물론 여당 내에서의 자신에 대한 자진사퇴 요구 기류 등에 대해 "현재로선 사퇴할 생각이 없다"며 정면돌파 의사를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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