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최수현 금감원장 최경환 줄서기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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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6-22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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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양종곤 기자 =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을 서민적인 사람으로 기억하는 기자가 많다. 2012년 권혁세 금감원장, 최수현 수석부원장 시절 일이다. 그해 가을 최 부원장은 출입기자단과 함께 서울 북한산에 올랐다. 넓은 공터에서 막걸리로 목을 축이려고 돗자리를 폈다. 최 부원장은 가방에서 뭔가를 꺼냈다. 포크로도 쓸 수 있는 숟가락였다. "어디 가도 이것만 있으면 안 굶어요." 갑자기 빵터졌다.

최 부원장은 2013년 3월 금감원장에 올랐고, 반년 만에 동양사태가 터졌다. 최 원장은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한몸에 질타를 받아내야 했다. "죄송합니다." 최 원장은 떨리는 목소리로 번번이 사과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능숙하고 침착하게 질문에 답했던 데 비해 최 원장은 말을 제대로 못 잇는 모습이 안쓰러워 되레 진정성이 느껴졌다. 당시 최 원장은 난타를 당하면서도 피해자인 서민 편에서 대책을 내놓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런데 요즘에는 과거 진정성을 느꼈던 모습이 진짜인지 헷갈린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내정자 '덕분'이다. 최 내정자는 부동산시장을 살리겠다며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을 완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 원장도 기다렸다는듯이 관련제도를 합리적으로 개선하겠다며 거들었다. 물론 '최경환 효과'는 부동산시장뿐 아니라 경제 전반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평가가 많다. 주식시장도 화답하듯 관련종목 주가가 나란히 올랐다. 반면 우려 역시 적지 않다. 가계빚은 이미 2013년 말 1000조원을 넘었다. 가계부채는 서민경제를 망가뜨리는 주범이다.

어떤 정책이든 이처럼 양면성이 있게 마련이고, 경제부총리는 이럴 때 성장에 무게를 둘 수도 있다. 그러나 금감원장은 아니다. 만에 하나 서민경제를 위협할 가능성이 있다면 반대 목소리를 내야 한다. 하지만 최 원장은 곧장 최 내정자 편에 서버렸다. 자리 보전을 위한 줄서기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2기 내각 출범이 임박한 가운데 최 원장은 자리를 지키기 어려울 것이라는 말이 돌았다. 최 원장 후임으로 금감원을 떠났던 임원이 올 것이라며 실명도 거론된다.

최 원장은 취임사에서 서민, 소비자 중심으로 금융을 만들어가겠다고 공언했다. 기대가 컸다. 더 이상 최 원장에 대한 기억이 흐려지지 않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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