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가 김종구(이화여대 교수)가 이 아쉬운 마음을 담아 '형태를 잃어버렸어요.- 쇳가루 산수화'전을 열고 있다.
지난 13일부터 서울 평창동 김종영미술관에서 선보인 이번 작업은 전시장 자체가 글씨와 그림이 한데 어우러진 한폭의 산수화처럼 선보인다.
작가는 이 사건 이후 쇳가루로 글을 쓰는 작업을 시작했다. 이번 전시는 그 작업의 결과물이다.
제 1전시실 <쇳가루 6000자의 독백>이라는 타이틀이 달렸다. 전시실 4면에 980x270cm 크기의 4개의 대형캔버스가 천장에 매달려 있다. 4개의 캔버스는 두 쌍의 한 쌍은 각각 3000자씩 김종구의 비망록이 쇳가루로 적혀 있다. 다른 한 쌍은 쇳가루로 그린 표현주의 그림이다.
전시장 바닥에 자신의 화두-“세상에서 가장 작은 것과 큰 것을 잴 수 있을까?”-를 솔로 쇳가루를 쓸어 모아 만든 후 바닥에 설치한 CCTV 카메라로 쇳가루로 만든 글들의 단면을 찍어 실시간으로 전시장 벽면에 투사한다. 벽에 투사된 쇳가루 글들의 영상은 마치 풍경화와 같이 보인다.
이런 자신의 작업을 작가는 'Mobile Landscape'이라 했다. 일련의 쇳가루로 텍스트를 쓰는 작업을 하며 그는 자칭 “Ex-Sculptor”, 즉 ‘전 조각가’라 했다.
영국에서의 사건 이후 쇳가루 산수화를 그리기까지, 통 쇠에서 쇳가루로 재료의 형태는 변화가 있었으나, 작가는 오랜 시간 쇠를 가지고 작업했다. 용접과 불에 달궈 두드려 형태를 만드는 기존의 철조와는 전혀 다른 방법으로 작업을 했다. 그는 통 쇠 기둥을 마치 나무토막과 돌덩어리를 깎아 형태를 만드는 것과 같이 그라인더로 갈아내어 인간같이 보이는 형상들을 만들었었다.
김종영미술관 박춘호 학예실장은 "아마도 그에게 쇠는 이상향과 대립되는 어떤 의미를 지닌 재료가 아닐까 싶다"면서 " '형태를 잃어 버렸어요.' '저는 Ex-Sculptor가 되었어요'라는 그의 호소는 다분히 다의적이다. 그는 조각과 회화의 경계선상에서 모두 함께 '잃어버린 형태를 찾으러 가 보자'고 제안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전시는 김종영미술관이 장래가 촉망되는 젊은 작가들을 선정하여 매년 여는 '오늘의 작가'전이다. 전시는 7월31일까지.(02)3217-64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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